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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KBS] 천상의 컬렉션 37회 - 안중근 총알, 윤희순 의병 가사집, 권오설 철제관

영상 대본 펼치기 닫기: 한상헌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을 선택하는 천상의 컬렉션! 반갑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 우리는 참 자유로운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하지만 오늘의 자유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픈 시기를 굳건히 이겨냈기에 존재하는 거겠죠. 오늘 천상의 컬렉션은 암울하고 절박했던 시대의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독립운동가>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시간여행! 여러분, 함께 하시겠습니까.오늘 이 자리에 계신 100분의 현장평가단의 투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보물이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르게 되고요. 우승을 한 호스트는 문화재 보호기금에 기부자로 등록됩니다. 천상의 컬렉션! <독립운동가 특집>! 어떤 보물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불을 밝혀줄까요? 첫 번째 보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1.안내상 <안중근 총알> 안내상 이것은 1910년. 식민지 조선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엽섭니다. 엽서의 모델은? 남잡니다. 이분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요즘으로 치면 이런 우주 대스타가 없습니다. 엽서 하나 사려고 사진관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새벽부터 줄을 서고요. 이웃 마을로 원정까지 갑니다. 그래도 허탕 치기 일쑤였대요. 왜?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 엽서를 누가 만들었냐? 메이드 인 재팬. 일본. 그런데!! 여기, ‘암살’. 두 글자 보이세요? 이상하죠..? 조선 사람들이 대체 왜..? 암살자의 사진에 열광했을까요? 사실 사람들이 열광했던 엽서는 이게 아닙니다. 살짝 다른데요. 자 보세요. ‘암살’이란 단어가 ‘충신’으로! 네~ 이렇게! 신기하죠? 조선 사진사들의 솜씹니다. 당시 조선에선 남녀노소 누구나! 이 엽서를 가슴 속에 소중히, 아주 소중히 품고 다녔다고 합니다. 마치 자신을 지켜주는 부적이라도 되는 듯이. 자, 여러분, 이 엽서의 주인공,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조선의 영웅이요, 충신! 도마 안중근입니다. 안중근 하면 뭐가 떠오르죠? 하얼빈? 이토 히로부미? 맞습니다. 안중근이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안중근이 어떤 마음으로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겨눴는지, 이 거사가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는지.. 들어본 적 있으세요? 없으시죠.제가 오늘 소개할 보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그 시작부터 끝까지.. 그와 분신처럼 함께 한 보물입니다. 바로 이건데요. 뭔지 아시겠어요? 네, 총알. 현재 일본의 한 기념관에서 전시 중인 이 총알은 지금으로부터 109년 전, 안중근이 실제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쏜 겁니다. 몸속에 박혔던 걸 꺼내서 그~대로 보관한 거죠. 이건 제가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실제와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제작한 총알인데요. 제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 정돕니다. 정말 작죠? 인도의 공업도시 덤덤에 있는 무기 공장에서 만든 총알이라서 이름도 덤덤탄입니다. 이름이 귀엽다고 해서 얕보면 안 됩니다. 이 총알은 명중만 하면 그 즉시 사망! 위력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총알 끝에 십자가 모양의 홈, 보이시죠? 이 십자총알이 몸에 맞으면, 총알이 계속 회전하면서 살을 파고듭니다. 마치 십자드라이버처럼. 명중만 시키면 단번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시무시한 총알이죠. 이 작은 총알 하나가..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게 됩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지금부터 이 총성이 울려 퍼진 그곳. 만주 하얼빈으로 떠나보겠습니다. 1909년 10월 26일. 그날은 10월인데도 차가운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안중근은 생전 처음으로 하얼빈 땅을 밟았습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온다는 다소 불확실한 소문 하나만 믿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내 손으로. 이토를 끝장내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 이 사진, 참 재미있죠? 한복을 입은 이토라니. 이토는 겉으론 조선 친화적인 척! 조선을 위해 뭐든 다해줄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조선을 집어삼킬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죠. 안중근은 그런 이토의 속셈을 간파하고, 오랫동안 그의 처단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안중근이 이토의 얼굴을 몰랐다는 거? 10월 26일 아침, 하얼빈 역에 도착한다는 것 외엔 이토에 대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하나도! 그런데 백주 대낮에 이토를 대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죠. 오전 9시 30분. 이토와 그의 일행이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환영 인파 사이에 끼어 있던 안중근이 이토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동안, 그를 제지하거나,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러분, 이상하지 않습니까? 명색이 일본 총리의 경호인데, 너무 허술해 보이죠? 당시 러시아에서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이토를 어떻게 맞이할지 고민했습니다. ‘일본인 환영객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들에게 통행증을 발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일본의 답변은 너무나 의외였습니다. ‘일본인은 무조건 통행시켜주시오.’ 실제로 그날, 유럽인과 중국인의 입장은 완벽하게 통제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볼 때, 일본인과 거의 구별되지 않았던 조선인 안중근은 이토와의 거리를 열 발자국까지 좁힐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이런 수수한 옷차림을 한 것도 신의 한 수였죠. 그리고 마침내 그가 나타났습니다.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작은 노인. 그 순간! 안중근은 몸이 머리보다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이토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그 옆에 있던 일본인에게.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곱 발을 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총알을 발사한 걸까요? 네, 이토의 모습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절대 없다! 확실하게 해두자! 이런 차원에서 그랬겠죠. 안중근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명사수였습니다. 그런 그가 복잡한 환영 인파를 뚫고, 열 발자국이나 떨어진 거리에서 쏜 총알은 모두 백발백중이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죠. 그날이 꼭 그랬습니다.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처럼 안중근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처단은 오직 안중근.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안중근 의사는 현장에서 바로 체포되어 뤼순감옥에 수감되었고, 뤼순관동법원에서 1910년 2월 7일부터 2월 14일까지 8일 동안 모두 여섯 번의 공판을 받았다.) 판사/정성진>피고 안중근, 마지막 변론 기회를 주겠다. 안중근/안내상>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를 밝히고 싶소.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대한의 황제를 폭력으로 폐위시킨 죄. 교과서를 빼앗아 불태우고 교육을 방해한 죄. 한국인들의 외교권을 빼앗고 유학을 금지한 죄. 대한제국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원한다며 세계에 뻔뻔스런 거짓말을 퍼뜨리며 세계인을 농락한 죄. 동양의 평화를 철저히 파괴한 천인공노의 죄 때문이다!! 판사/정성진> 피고 안중근을... 사형에 처한다. 안중근 / 일본 법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안중근은 시종일관 의연하고, 당당했습니다. 사형을 선고 받은 뒤에도 미소를 지으며 이보다 극심한 형은 없느냐고 물었다고 하죠. 마지막 유언도 살려달란 말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보내다오.’ 안중근은 자신이 죽은 후에 조국이 주권을 되찾으면, 고국으로 돌아오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그의 유해를 꽁꽁 숨긴 탓에 아직도 효창공원에는 빈 무덤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109년 전 그날. 조선을 잿빛으로 만들었던 일본의 검은 야욕을 맹렬하게 꾸짖었던, 총알 하나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 의거가 실패하더라도 나 하나 죽기밖에 더할까. 묵묵히 제 길을 걸었던 ‘뚝심’.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분노하고, 저항하고, 결단해야 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진심’이 바로 이 작은 총알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적처럼 남아 있는 안중근의 총알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지금 그대들은 해방의 시대에 살고 있소? 그곳은 평화로운 세상이 맞소?’ 서른한 살,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안중근. 그의 신앙처럼 숭고하고, 그의 신념처럼 단단한 보물, 안중근 총알입니다. 감사합니다. 한상헌 / 최근 5년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독립 운동가를 찾았는데 안중근 의사가 압도적인 1위! 안중근을 이렇게나 몰랐나 싶었던 시간이었어. 홍경민 / 나 때도 그랬지만 요즘 교과서에서도 안중근 이야기 단 세 줄로 설명 끝! (읽어주기) 정말 짧게 스쳐지나가더라. 이래서 내가 몰랐나? 박영진 / 설명이 더 길었다고 알았을까? 나도 안중근을 다 안다고 생각한 게 좀 부끄러웠어. 그런데 안중근-안내상, 둘이 무슨 사이? 혹시 친척? 안내상 / 내가 순흥안씨 부심이 좀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바로 안중근 의사 때문. 그런데 여러분 오해하지 마. 나는 순흥안씨 안중근은 참판공파로 사실은 다르다. 강아랑 / 도마 안중근이란 영화가 떠오르는데, 왜 도마안중근이야? 안내상 / 안중근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 세례명으로 천주교 성자인 토마스란 이름을 받았는데 토마스가 도마가 된 것. 이기환 / 일본이 심문할 때 안중근에게 ‘피고가 믿는 천주교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죄악이라 하지 않으냐’고 묻는데 안중근은 ‘성서에도 살인은 죄악이라 했지만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하는 자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한다면 더 큰 죄악이므로 나는 그 죄악을 제거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해. 이토를 응징한 것은 군인으로서 나라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불가피했던 것이라는 거지. 박영진 /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며 일제 침략을 막으려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일제 식민 지배를 피할 순 없었던 거잖아? 넘나 슬픈 것.. 홍경민 /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안중근의 이토 처단 이후 독립운동의 불씨이자 상징이 됐어. 안중근이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일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안현정 / 나도 같은 생각인데 1910년대 안중근은 최고 슈퍼스타! 이건 우리 박물관에서 2015년에 전시했던 또 다른 버전의 엽서. 안중근의 약지(단지동맹), 떨어진 세 번째 단추, 검거 당시 치열함 이기환 / 아래 총기는 브라우닝 M1900! 강아랑 / 특히 이 엽서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대단. 이토는 일본 근대화의 상징, 일본의 영웅인데 그런 이토를 죽인 안중근이 누구냐에 대한 호기심 폭발. 다니엘 / 러시아 기자가 촬영한 이토 저격 영상을 일본이 1만5천 엔(당시 2억 원)에 사서 일본 영화관에서 상영하기도. 그 당시에도 안중근을 모르면 간첩. 한상헌 / 안중근 총알은 2008년 KBS의 특종 보도로 처음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어. 현재 일본 헌정기념관에서 안중근이 발사한 총알이란 제목으로 전시 중. 직접 보니 어때? 홍경민 / 이게 바로 안중근이 쏜 총알. 17밀리미터 진짜 작다. 지금까지 천상의 컬렉션에 나온 가장 작은 보물. 하지만 정말 큰 의미를 가진 보물. 아이러니한 건 이토를 처단한 이 총알이 일본 헌정기념관의 이토 히로부미를 기념하는 장소에 있단 것. 박영진 / 와, 십자가 모양이 정말 있어! 이게 계속 파고들어서 결국 이토 즉사! 사인이 내장 파열이라는 건 맞자마자 몸속에 계속 파고들었단 얘기지. 무셔라~ 강아랑 / 영화 도마 안중근에서는 유오성 씨가 칼로 탄두에 십자 홈을 파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그랬어? 이기환 / 그건 사실과 달라. 일본은 안중근의 잔혹성을 강조하려고 ‘너가 홈을 팠지?’라고 몰아갔어. 실제로 이건 당시 아주 흔한 총알. 그래서 비인도적이란 이유로 세계에서 사용 금지를 결의하기도 했대. 다니엘 / 이 총알은 정말로 이토가 맞은 그 총알이야? 안내상 / 이건 이토를 보좌했던 다나카 세이지로가 맞은 총알. 실제로 이 총알이 안중근 재판 때 증거물로 채택됐고, 이후 그의 후손이 기증해서 지금까지 전해진 것. 박영진 / 이거 하나만 남았다는 건, 혹시 빗맞았기 때문? 안내상 / 안중근은 조선의 총잡이. 그날 그가 쏜 건 다 치명상. 심지어 이건 다나카의 왼쪽 다리에 맞은 총알인데 그는 평생 다리를 절었을 정도. 만일 여러분이 다나카라고 생각해 봐. 안중근을 평생 원망했을 것 같지 않아? 안내상 / 하지만 다나카는 마지막에 자기가 평생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애석하게도 안중근이라고 얘기했어. 안중근의 당당하고도 고매한 모습이 평생 잊히지 않더래. 이기환 / 당시 총리의 몸에 함부로 칼을 댈 수 없다고 해서 저 부검서도 눈으로만 보고 그린 거고. 부검도 총리의 몸을 훼손하지 못한다며 포기. 그래서 안중근이 쏜 세 발의 총알은 이토의 몸에 박힌 채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한상헌 / 오늘 처음 안 놀라운 사실! 안중근이 이토의 얼굴을 몰랐다는 것,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안내상 / 이토 히로부미는 1905년 서울에서 원태우 의사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어. 이후 자신의 사진이 돌아다는 걸 철저히 단속해서 조선 사람들은 이토 얼굴을 몰랐어. 다니엘 / 그럼 얼굴도 모르고, 이름만 알고 갔다는 거야? 세상에! 안현정 / 안중근이 성격이 그렇게 급했대. 안중근 원래 이름은 배에 점이 일곱 개 있어서 응칠. 나중엔 중근으로 바뀌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어. 무거울 중, 뿌리 근 자를 써서 덤벙거리고 급한 성격을 좀 억누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해. 박영진 / 그러니까 사전 조사를 치밀하게 해서 이토를 낱낱이 조사하고 간 줄 알았는데. 급한 성격 탓에 이토 얼굴도 모르지만 일단 가보세! 한 거네? 홍경민 / 그런데 이토가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왔고, 안중근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잖아. 난 급한 성격 덕분에 거사 성공할 수 있었던 듯. 전화위복이 된 거지. 강아랑 / 맞아. 생각이 많거나 너무 신중했다면, 이토가 확실하지도 않은데 총을 쏘긴 쉽지 않았을 듯. 이토로 확신하는 순간 총을 쏜 추진력, 이토가 아니면 어떡하지? 하고 바로 또 총을 쏜 그 행동력도 그의 급한 성격이 빛을 발한 거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한상헌 / 저격을 마친 안중근은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대한 만세‘를 러시아어로 세 번 외쳤다고? 다니엘 / 그래서 전 세계에 조선의 상황을 알렸지. 의거 직후 열흘 동안 안중근 하얼빈 의거와 관련된 전보만 9만여 통에 달했어. 세계 언론이 연일 보도 경쟁을 했는데 이건 이탈리아 신문 1면에 실린 것. 그것도 삽화로 생생하게 묘사. 세계를 뒤흔든 사건! 강아랑 / 안중근 재판도 얼마나 인기였는지 천 명이 넘게 몰려서 추첨으로 단 300명만 재판을 볼 수 있었대. 이게 바로 당첨된 사람만이 받을 수 있었던 그때의 방청권! 이기환 / 단 6번의 졸속재판, 일본의 짜 맞추기 재판이란 비판. 외신에는 ’우리는 이토 저격이 한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는 마지막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탄. 심지어 ’세계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라고 할 정도. 홍경민 /더 대단한 것은 이 불공정한 재판에서 안중근이 항소도 하지 않은 것.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도 ‘부당한 재판일망정 항소하여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고 했다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픈 대목... 박영진 / 그러니까 항소도 안 하고 오직 고국에 돌아오길 바랐는데 아직도 못 오다니. 난 충격적이었던 게 효창공원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묘가 가묘인지 몰랐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기환 / 당시 일본은 안중근 의사의 시신이 항일운동의 상징물이 될 것을 두려워했던 것. 뤼순 감옥 근처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추정. 하지만 지금까지도 일본은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내상 /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지난 광복절 때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어. 우리가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안중근의 유해를 반드시 찾아올 수 있을 것. 한상헌 /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효창공원으로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 안중근을 진짜 영웅으로 만드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여러분, 안중근 총알을 소개해 준 안내상 씨께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 독립운동가는 누구일지 바로 만나보시죠! 2.최우리 <윤희순 의병가사집> 최우리 / 여러분, 이 장면이 나오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노래가 있죠? 오 필승 코리아~ 네 맞습니다. 이 노래만 나오면 2002년 붉은악마 함성 속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건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모습인데요. 혹시 이때를 상징하는 곡, 아시는 분 있나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네, 5.18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그럼 마지막 화면 보실까요. 1998년 U.S 여자 오픈 당시 박세리 선수가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던 모습입니다. 이 장면에서도 생각나는 아주 유명한 곡이 있죠.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네, 상록숩니다.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절망에 빠졌던 시절,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과 함께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준 노래였습니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순간, 순간마다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줬던 힘이, 노래였다는 사실. 신기하지 않나요? 천상의 컬렉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특집! 제가 오늘 소개할 보물은, 매일 밤 노랫말을 지으며 나라의 독립을 간절히 소망했던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의 ‘의병가사집’입니다. 때는 1895년, 조선.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단발령이 선포됩니다. 전국적으로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났죠. 남자들이 의병으로 전장에 나간 사이, 집을 지키는 건 여자들의 몫이었습니다.의병으로 나간 시아버지가, 남편이, 아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여인들은 정안수를 떠놓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들리는 소식은 조선 의병이 일본군에 처참하게 패배한다는 것뿐이니, 가족들은 불안에 떨었죠. 집에 남은 여인들은 혹여 일본 경찰 눈에 띌까, 다들 몸을 숨기고 지냈습니다. 이때, 결연히 붓을 들어 일제에 대한 울분을 토해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입니다. “왜 일본은 심심하면 우리나라를 괴롭히느냐. 조선 안사람의 대표로서 경고한다. 빨리 사과하고 돌아가거라” 꽤 강경하고 격한 표현이죠? 이때가 조선시대잖아요. 시와 소설을 짓는 여성들은 간혹 있었지만,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글을 쓰는 여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자체가 파격적이었죠. 사실 그녀는 의병으로 함께하고 싶었지만 여인의 몸으로 어찌 전장에 나가느냐는 시아버지 만류에, 집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한번 불타오른 마음이 쉽게 잠잠해질리 있겠습니까. 참다못한 그녀는 결국 의병대를 직접 모으러 다닙니다. “아무리 남녀가 유별하다 해도 나라가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우리도 의병 하러 나갑시다~” 그녀의 이런 선동에 사람들 반응은 어땠을까요. 집안 남자들은 모두 의병으로 나가고, 홀로 남은 며느리가 결국 미쳤다며 싸늘한 눈총만 받았습니다. 하지만 윤희순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모을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그것은... 바로! 노래였습니다. ♪우리나라 의병들은 나라 찾기 힘쓰는데~ 우리들은 무얼 할까, 의병들을 도와주세~ 윤희순이 살던 지역이 춘천이었거든요. 그녀는 강원도에서 널리 불리던 한오백년 음률에 맞춰 쉬운 한글 가사를 쓰고, 동네 꼬마 아이들부터 모아 가르칩니다. 누구나 잘 아는 멜로디였으니 아마 입에 착착~ 붙었을 거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노랠 부르며 동네방네 돌아다니니 어느새 어른들까지 노랠 따라 부르는 겁니다. 노랠 함께 하다 보니, ‘어? 그래... 우리도, 나라를 지켜야 하지 않나? 의병에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여자인들 나라사랑 모를 소냐 아무리 남녀가 유별한들 나라 없이 소용 있나 우리도 의병 하러 나가보세” 이건 윤희순이 여성들을 모으기 위해 썼던 <안사람 의병가>라는 노래 가삽니다. 매일 밤마다 한 줄, 한 줄, 노랫말을 지은 덕분이었을까요. 의암댁, 턱골댁, 벌골댁... 서른 명의 여성들이 윤희순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입니다. 이렇게 최초의 여성 의병단, ‘안사람 의병단’이 시작됐죠. 안사람 의병단은 남자 의병들과 마찬가지로 고된 군사훈련도 마다하지 않았고요. 군자금을 모으고, 화약과 화승총까지 만들었습니다. 남장을 하고 일본 정보를 빼오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체결된 1910년, 한일합병. 그녀는 중국으로 망명해 항일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학교를 세워 반일 인재를 양성하고, 조선독립단의 사격 훈련을 지휘했죠. 이 때, 그녀의 나이는 이미 일흔 살이었습니다. “저는 천하에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천 번을 넘어지면 만 번을 일어서겠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온 것은 일본 놈들한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섭니다“ 국내에서 한 의병 활동이 15년, 중국에서 했던 항일 운동이 25년. 그녀는 도합 40년을 독립운동에 헌신했습니다. 처음 윤희순 가사집을 봤을 땐 두려움을 모르는 ‘철의 여인’이구나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가족과 행복을 누리며 사는 평범한 삶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일제의 잔악함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의 동지이자 가족이었던 시아버지, 시동생, 남편까지 모두 차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큰 아들 돈상마저 일제의 혹독한 고문 후유증으로 자신의 품에서 죽자, 그녀도 급격히 무너졌죠. 아들이 죽은 지 정확히 11일 만에 그녀도, 결국 생을 마감합니다. 반평생을 독립운동에 투신한 철의 여인이었지만, 일제 고문으로 죽은 아들 앞에선 어머니의 모습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의병가를 지으며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그녀 삶은 어떤 노래로 표현해 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해봤거든요. 근데 딱 이 노래가 생각나더라고요.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산을 올랐는데 그 정상엔 지친 어깨를 떠미는 바람밖에 없습니다. 독립이라는 한 길을 찾아 평생을 험난한 산길을 헤맸던 그녀의 고달픈 인생과 겹쳐지죠. 이 가사집을 보면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하나 있었어요. 바로 가사집 페이지 말미마다 선명히 새겨 넣은 자기 이름 세 글자, 윤.희.순.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가는 길을 굳건히 걷겠다는 그녀의 결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평범했던 여인의 큰 용기와 희생 덕에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 이제,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될까요? 윤희순의 <의병가사집>이었습니다. 한상헌 / 천상의 컬렉션 독립운동가 특집은 새로운 이야기와 놀람의 연속이네요. 여성 의병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강아랑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독립운동에 보낸 세월이 40년이었다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최우리 / 윤희순도 처음엔 살림만 하던 아낙네였다.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남자 의병들에게 밥을 해주기 시작했고. 결국 나중엔 직접 활동에 뛰어든다. 총이나 탄약도 직접 만들고, 죽기 전엔 학교를 세워 독립운동가도 키웠다. 이걸 다 해냈다니 저도 공부하면서 많이 놀랐다. 다니엘 / 평소 궁금한 게 있었어. 오늘의 주인공은 윤희순 의사잖아요?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많이 들어봤는데 의사랑 열사는 무슨 차이인가요? 홍경민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헷갈려 하지. 간단하게 정리해드릴게~ 무력으로 행동을 통해 큰 공적을 세운 분들을 의사! 맨몸으로 저항하여 자신의 지조를 지킨 분들을 열사! 강아랑 / 아~ 그래서 우리 주인공은 윤희순 의사! 인거네요. 윤희순 의사가 노래로 의병을 모은건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인것 같아요. 이기환 / 노래는 아주 오랜 역사가 깊은 여론몰이 수단. 서동요라든가, 숙종시대의 ‘미나리 장다리 송’만 봐도 그렇지. 박영진 / 윤희순 의사는 가사만 썼잖아? 어쨌든 여론몰이를 쉽게 하려면 너도 나도 쉬운 노래로 해야 했을텐데. 이 가사지만 보고 어떻게 노래를 불렀을까? 신기해... 홍경민 / 최우리씨가 아까 한오백년 음률에 맞춰서 불러서 알려줬잖아. 누구나 잘 아는 곡조에 붙여서 불러서 가능했겠지. (흔들린 우정 후렴구) ♪우리나라 의병들은~ 나라 찾기 힘쓰는데~ 와 가사가 찰떡같이 붙네. 강아랑 / 어린이들이 부르기 좋으려면 역시 동요에다 붙여야지! (상어가족 음에 맞춰) ♪우리나라~ 뚜루룻뚜루 의병들은~ 뚜루룻뚜루 나라찾기~ 뚜루룻뚜루 힘쓰는데! 다니엘 / 그거 저도 아는 노래. 이렇게 유명한 곡들에 붙여서 하니까 누구나 다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잊어버리지도 않고. 박영진 / 그래서 노래가 대단한 거야. 달달 연습장에 쓰면서 외우는 것보다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는 게 더 잘 외워지거든. 나도 ‘한국을 빚낸 100명의 위인들’은 절대 안 잊어버려! 안현정 / 처음에는 윤희순을 말리던 시아버지 유홍석도 나중에는 노래의 힘을 깨닫고, 춘천지역 의병 활동을 위해 ‘고병정 가사’ 라는 의병가를 지어서 배포. 강아랑 / 오, 시아버지도 굉장히 깨어있는 분이었네. 친척들은 의병가 짓는 며느리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는데 말이죠! 한상헌 / 윤희순 의사의 일대기를 들으면 정말 성격이 대차고, 여걸이셨던 분 같습니다. 홍경민 / 일본에 경고문을 날리면서 자신의 실명을 떡~하니 공개하는 거 이거 보통 용기가 아니고선 어렵잖아? 최우리 / 맞아요. 보다 못한 친척들이 윤희순 시아버지한테 편지를 보내요. “밤낮없이 노래를 하는데 왜놈들이 들으면 죽을 소리만 하니 걱정입니다. 요새 윤희순이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르십시오” 일본 저격 가사를 계속 부르고다니니 저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거 아닌가 걱정 됐겠죠. 강아랑 / 친척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글을 보냈을 정도면 시아버지도 좀 걱정됐을 것 같아요. 그 때는 또 조선시대니까, 여자의 몸가짐 이런 게 중요했잖아요. 이기환 / 시아버지도 처음엔 말렸지. 명성황후 시해로 의병이 일어나던 시기가 윤희순 의사가 처음 의병으로 나서려고 했던 땐데. 사실 결혼한 지 20년 만에 첫 아들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어. 그러니 시댁에선 얼마나 걱정이 컸겠나. 하지만 아이가 조금 크니까, 의병 하는 것을 말리지 못하고 온 가족이 함께 하지. 윤희순 아들도 자연스럽게 독립운동가로 컸어. 홍경민 / 여성들이 의병대에 있다고 하면 흔히 의병들의 식사 준비, 빨래 이런 뒷바라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 독립운동도 먹고 입으면서, 해야 하니까. 근데 총과 화약 제조까지 했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안현정 / 모금을 해서 놋쇠, 구리 같은 금속을 사 모으고 소변을 달여서 화약을 만들기도 했대. 다니엘 / 헐, 소변으로 화약을 만들어요? 안현정 / 유황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다 수제로 만든 무기. 처음엔 일본에서도 놀라서 대응하지 못했대. 하지만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을 당하긴 어려웠지. 결국 중국 망명길에 올라서 계속 싸움을 이어나가. 박영진 / 의병활동에 이어 중국으로 망명가서도 항일 운동을 20년 넘게 하신거잖아. 주로 어떤 일을 하셨던 거야? 이기환 / 국권침탈 이후에는 만주로 이동해서 ‘노학당’이라는 학교를 세워. 윤희순은 노학당에서도 학생들에게 애국 노래를 가르쳤어. 노래로 애국심을 가르친 덕분에, 노학당은 3년 만에 50여명의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했지. 최우리 / 좀전에 잠깐 연설문을 읽어드리기도 했지만 윤희순 의사연설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중국 현지인들에겐 ‘연설 잘하는 윤교장’이라고도 불렸대요. 감동받은 현지인들이 자청해서 독립운동 자금을 내놓기도 했어요. 다니엘 / 돌아가신 날을 보니 1935년이더라. 10년만 더 버티셨더라면 그토록 바라던 광복을 맞이했을 텐데. 고향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니 너무 안타까워. 안현정 / 살아서는 못 돌아왔지만, 그나마 시신은 94년에 춘천으로 이장할 수 있었어. 당시 열린 유해봉환식에는 하루에 2500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방문했었지. 8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겨줬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강아랑 /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윤희순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윤희순 의사가 활동하던 무순 지역에는 ‘윤희순 항일기념비’가 있는데, 그분을 기억하는 중국인들이 세운 거예요. 지금도 중국인 후손들이 탑을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상헌 /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유관순밖에 없었잖아요. 이제 오늘로 ‘윤희순’ 한분을 더 기억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감이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이기환 /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은 독립유공자는 현재까지 약 만 오천 명인데, 이 중 여성은 325명, 전체의 2% 밖에 안된다. 굉장히 적다.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과 조사가 어렵다고 한다. 안현정 / 한양댁, 윤씨부인처럼 이름보다 다른 호칭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더 어렵다고 해요. 윤희순 의사처럼 자신의 이름을 남긴 경우는 아주 특이한 경우. 최우리 / 네 게다가 여성임을 숨기고 남장을 한 채 독립운동했던 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남자 독립유공자로 등록됐던 분이 나중에 여자로 변경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홍경민 / 그러고보니 영화 속에 여성 독립운동가를 봤는데. 영화 암살에서 저격수로 나오던 전지현 씨. 굉장히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안현정 / 영화 암살의 그 여성독립운동가는 실존인물을 토대로 만든 인물. 바로 남자현 의사. 총독 암살을 기획했던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 이기환 / 그 외에도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권기옥, 임신한 몸으로 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 의사 같은 분들. 안중근의 어머니로 알려진 조마리아 여사도 ‘독립운동의 지주’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여성 독립운동가. 다니엘 / 독일에도 나치에 대항한 ‘하얀장미’의 조피 숄 같은 여성이 있었고, 프랑스에는 직접 무력으로 싸운 여성 레지스탕스들도 있었어. 하지만 역시 여성 운동가들의 활약은 남성 운동가들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사실. 안타깝다. 이기환 / 나라의 비극 앞에 남녀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윤희순 의사 한 분만은 아닐 거야. 그러나 이제껏 여성 독립운동가는 지워지고, 잊혀졌어. 그 누구도 그들을 찾아내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한상헌 /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의 <의병가사집>. 역사가 기억하지 않은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호스트 최우리 씨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독립운동가 특집! 다음은 어떤 보물이 등장할지 기대되는데요.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3.임하룡 <권오설 철제관> 임하룡 /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보물. 천상의 컬렉션에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특이한 문화잽니다. 보시면 많이 놀라실 거예요. 어떤 분은 조금 오싹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여기 어린이들, 울 수도 있으니까 부모님이 잘 챙겨주세요.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상하죠? 아주 오래돼 보이는 녹슨 쇠가 벌겋게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생겼죠. 그럴싸한 보물은 아닌 것 같은데...뭐 같이 보이시나요? 놀라지 마세요. 사람의 시체를 담은 관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대부분 관은 잘 썩도록 나무를 쓰는 게 보통인데 어째서 쇠로 만든 걸까요? 그리고 뚜렷하게 보이진 않지만 납땜을 해서 아예 밀봉을 해버렸던 관입니다. 시신을 꺼내지도 못하게요. 이 오싹하게 소름 돋는 관. 이게 정말 보물 맞나 싶으시죠. 지금부터 임하룡이가 해드리는 옛날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고 이게 정말 보물인지 여러분이 판단해 주시면 됩니다. 1897년 경북 안동의 가일마을 권술조 훈장님 댁에 경사가 났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첫째 아들이 태어난 거죠. 양반이라고는 해도 재산도 없는 가난한 살림이라 풍족하게 키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아들이 참 신통방통합니다. 책을 워낙 좋아해서 밤낮으로 공부에 매달리는가 하면 효심도 깊어서 키우는 재미가 아주 더할 나위 없는 아들이었습니다. 이 아들의 이름은 권오설. 권오설은 수재 소리를 들으면서 대구와 서울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부자의 정을 나누게 되죠.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가 무려 40여 통. 이 편지 한 번 보세요. 아버지가 남긴 편지에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편히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 후에 가슴이 막히고 답답한 생각이 여전하여 그립고 그립다. 오랜 비가 비로소 그쳤는데 객지 생활이 여전한지 모르겠다.” 저도 이 편지를 보니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저의 아버지도 없는 살림에 장남인 저를 서울로 유학 보내셨거든요. 집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해 서울상대에 가라며 편지도 보내주시고 했는데... 서울 상대가, 저를 상대도 안 해주더라고요. 저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도 말썽만 부린 불효자였는데 오늘의 주인공 오설이는 진정한 효자였습니다. 아버지 마음을 아는 건지 오히려 자기가 더 미안해하면서 부모의 안부를 살뜰하게 챙깁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하고 경영하는 것이 모두 부모를 위하고 조상을 보호하는 것인데 저는 그렇지 못하고 불효가 하늘에 닿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 정말 기특한 아들이죠. 자식이 이러니 아버지 입장에서 얼마나 대견했을까요. 그렇게 공부를 마친 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뭐였을까요. 훈장이었던 아버지 뜻을 따라 학교를 세웁니다. 농촌 사람들을 모아 글도 가르치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알려주고요. 따르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면서 안동에서는 존경받는 청년 리더가 됩니다. 아 이 아버지가 뭘 더 바라겠습니까.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한 아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랐는데요. 그런데 아들의 마음속엔 다른 꿈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1923년. 어떤 때입니까? 일제의 통치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죠. 감시와 탄압은 더 교묘해지고, 심해졌어요. 낌새가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닥치는 대로 끌어가 고문하고 옥에 가뒀죠.걱정은 됐지만 워낙 믿음직한 아들이라 서울 생활도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926년 6월 15일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납니다. “권오설 체포” 아버지는 충격에 빠지죠. 타지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집안을 일으켜줄 줄 알았던 아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독립운동이란 걸 하고 있다는 겁니다.그것도 보통 거물이 아니었습니다. 3.1운동, 광주학생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으로 평가받는 6.10만세운동 아시죠. 이 6.10 만세운동을 아들이 기획하고 주도한 겁니다. “조선은 조선인의 조선이며, 흉악한 총독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라, 구미호와 같은 일본인을 조선의 영역 내에서 몰아내자“ 권오설이 6.10 만세운동을 준비하며 쓴 글입니다. 6.10 만세운동이 제대로 펼쳐졌다면 일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기획자였던 권오설은 거사 3일 전에 체포됐습니다.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졌죠. 하루아침에 아들 옥바라지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습니다. 1930년 4월 17일.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전보 한 장이 도착했습니다. 아들에게 온 편지인가 싶어 기대에 부풀어 살펴봤죠.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오설 옥사’ 아들 오설이가 감옥에서 죽었답니다. 100일만 있으면 출소해서 집에 오기로 한 내 아들이 죽었다는 겁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일제가 아들의 주검을 쇠로 만든 관에다 넣고 이렇게 납땜을 해버린 겁니다.왜 그랬는지 아세요? 관 뚜껑을 열면 오설의 혼이 나와 또 만세운동을 주도할까봐 겁이 났던 거예요.3.1운동에 학을 뗀 일제는 만세운동이라면 아주 치를 떨고 있었거든요. 아버지는 피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관을 끌고 안동으로 내려갑니다. 감시가 계속 따라붙었습니다. 조문도 받지 못했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비석도 세우지 못했고 공동묘지에 서둘러 매장하게 했습니다. 아들을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두려워했던 거죠. 그렇게 사랑하던 아들이 철제관에 꽁꽁 싸여 죽어 돌아왔는데 물 한 잔 떠놓고 명복을 빌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아들이 떠나고 2년 뒤. 아버지는 상복을 늘 곁에 두고 생활합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못다한 말을 한글자 한글자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게 바로 아들에게 쓴 마지막 편지, 글자 수 5000자. 종이 길이만 3미터가 넘는 제문입니다. 임하룡 / 나의 아들 오설아. 타고난 바탕이 맑고 깔끔해서 어릴적부터 말을 배울 때에도 영민했지 아침 저녁으로 배우니 너는 정말 가르칠만한 재미가 있는 아들이었다. 네가 출옥하여 돌아오는 날을 기다려 잔치를 마련하고 즐거운 마음을 곱씹었는데 어찌 하늘이 부자의 정을 앗아간단 말이냐 너의 밝은 혼령은 나를 따라 왔느냐. 마루에 있느냐. 뜰에 있느냐. 어느 높은 곳으로 갔느냐. 네가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찌 끝이 있겠으며 나도 너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슴 속에 가득하다. 네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 구천에서 서로 만나는 날을 기다려다오. 마음이 아프고 붓이 더듬거려 너에게 고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자간의 영결의 말이로다. 너는 혹 이 말을 듣고 나의 마음을 알려는가? 원통하고 슬프도다. 나의 아들 오설아. 권오설 / 아버지. 꿈속에서나마 아버지에게 하직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부디 염려하지 마시고 건강히 지내십시오. 저는 맑은 눈으로 고통 없는 곳에서 아버지 곁을 지키겠습니다. 임하룡 /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여러분 다시 한 번 이 철제관을 봐주십시오.무엇이 보이십니까? 저는 독립운동이라는 대의를 위해 사라져간 수많은 개인들의 죽음이 보였습니다. 일제의 통치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아버지 어머니들, 아들 딸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을까요. 그런 한 명 한 명의 고통과 희생으로 쌓아올린 게 우리의 독립이었습니다. 한 독립운동가의 처절한 죽음 그리고 아들에게 전하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권오설 철제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상헌 / 임하룡 선생님의 PT 잘 봤습니다. 어느 독립운동가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우리 개그맨 후배 박영진 씨가 엄청 몰입해서 보는 것 같던데, 어떻게 보셨나요? 박영진 / 개그맨 대 선배님이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하나도 안 웃기셨다.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의 그 감정에 정말 몰입하셨던 게 아닌가. 임하룡 / 평소 독립운동가에 대해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했지만, 나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니, 더 몰입했다. 한상헌 / 천상의 컬렉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은 역사이야기를 들었지만, 철제관은 처음 본다. 섬뜩하기도 하고, 죽어서까지 저렇게 해야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홍경민 / 관을 납땜하다니, 해도해도 너무하다. Q1. 권오설의 죽음을 숨겨야하는 이유가 있었던 건가? 안현정 / 일본은 철제관으로 납땜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화장도 할 수 없게하고, 봉분도 만들 수 없게 했다. 조문객도 없이 모든 절차를 가족들 손에서 끝내도록 했다. 장례식에 권오설을 따르던 사람들이 모이는 게 겁이 났겠지 강아랑 / 일제 강점기엔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죽이려고 노력했잖아. 그냥 영혼까지도 그 철제 관 안에 영영 가둬버리겠다는 거 아니었을까? 다니엘 / 서양에서 철제관을 사용하는 경우는, 전염병에 의한 사망일 경우 감염 방지를 위한 것. 감옥에서 병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철제관을 썼을 수도. 이기환 / 원래, 권오설 선생의 장례와 죽음 자체도 안동의 소문으로만 전해졌어. 철제관에 묻혔다는 것도, 일본 경찰이 장례를 막았다는 것도 모두 전해지는 말이었는데 78년만에, 철제관을 열면서 모든 것이 진실로 드러난 거 거든. 철제관에 갇힌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 얼마나 원통했겠나. 홍경민 / 아버지는 제문으로 그 마음을 달랜 것 같다. 그 내용이 너무 절절하더라. 한 구절 읽어보겠다. <네가 죽은 이래로 분이 치솟아 … 마음에 스치고 눈에 띄는 것마다 창자를 가르고 마음에 불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한 가지도 없다.> 안현정 / 2년 동안 벗지않았던, 상복을 벗으며 썼다는 건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쓴 것 같아. 어디에도 말 못했던 마음을 그대로 글로 써내려 간 것. 홍경민 /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몇 글자로 정리가 되겠나. 그래서인지 길이도 어마어마. 박영진 씨 잠깐 도와 달라. 제문의 길이가 3m 68cm, 한지 7장을 이어 붙였다. 박영진 / 아니, 이게 끝이 안 나네요? 제 키보다 훨씬 긴~ 것 같다. 다니엘 / 이 제문만 봐도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아들이니, 어디에 억울함을 얘기할 수도 없었던 그 답답함이 느껴진다. 강아랑 / 독립운동가의 가족이라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을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쉽게 원망이라도 하지만, 그때는 나라를 원망할 수도, 그렇다고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을 것 아닌가. 이기환 / 권오설은 죽음 이후에도 일본경찰은 지속적으로 가족을 감시했다고 한다. 권오설의 죽음 전에는, 형무소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모든 편지를 감시해서 권오설은 주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편지의 행간에 독립에 대한 내용들을 담아야 했다. 아마 이 때문에 권오설의 아버지도 매우 조심스러웠을 것. 한상헌 / 어떤 이유였다고 해도, 권오설의 죽음에 대한 일본의 대처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반응으로 봤을 때 권오설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 임하룡 / 당시 권오설의 관이 안동역에 도착하자, 추모행렬이 역에서 가일마을까지 이어졌다고 해. 안동에서 권오설이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주는 일화. 당시 마을의 일본인들은 7할이 넘는 소작료로 조선인들을 착취했다. 10가마니면 7가마니를 떼는 거지. 권오설은 그런 일본인들을 꾸짖고 마을사람들에게 부당함을 알렸어. 안현정 / 일본인들의 횡포들을 지켜보며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권오설이 속한 조선공산당에서는 농민에 대한 소작료 인하, 야간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같은 농민과 노동에 대한 기본 권리들을 주장하거든. 홍경민 / 권오설이 대단히 깨어있던 사람이었고 동시에 저런 사람이 채 뜻을 펼치기도 전에 모든게 끝난 것 같단 생각이 들어. Q3.권오설은 어쩌다 체포된 건가? 이기환 / 권오설은 순종황제의 장례식을 기회로 만세시위를 열기로 하고 5만 장의 선언문을 배포하기로 했었어. 이게 바로 6˙10 만세 시위. 근데, 인쇄하여 둔 것을 인쇄공의 친구가 호기심에 두어 장 집으로 가져갔는데..!! 그게 경찰에게 적발돼서 덜미가 잡힌 거야. 거사가 열리기 딱 3일 전의 일이었어. 박영진 / 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연, 일이 꼬이려면 이렇게 꼬이나? 영화에서도 꼭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 역할이 있다. 강아랑 / 비록, 권오설은 체포되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그의 뜻을 이어 6·10 만세운동은 교과서에서 꼭 배우는 독립운동 중 하나로 남잖아. 학생 항일운동의 시초가 되기도. 권오설이 아니었다면 이런 시도조차 없었겠지. 다니엘 / 만약 권오설의 6·10 만세 운동이 성공했다면, 권오설의 마지막이 바뀌었다거나, 조선의 독립이 당겨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상헌 /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권오설 선생의 6·10 만세 운동이 성공했다면, 하고 상상해본다. 대규모 만세운동을 기획한 요주의 인물인만큼 감옥 생활도 유독 험난했을 것 같다. 임하룡 / 이 부채는 권오설 선생과 관련이 깊다. 어디에 쓰인 물건일까? 박영진 / 부채? 변장할 때 쓰던 건가? 가면 무도회에서 부채로 신분을 숨기는 것처럼 말이야. 홍경민 / 독립 운동가들이 쓰던 호신 무기? 스파이 영화에서 보면 부채 뒤에서 독침이 나오더라고. 아무래도 독립운동가는 위험에 빠질 일이 많으니까. 임하룡 / 부채는 당시 권오설을 고문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부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부채 양끝을 쥐어 손가락을 뒤틀었다고 한다. 권오설의 공판 기록에는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거나, 하도 고문을 당해 바람만 스쳐도 윗니가 덜걱거린다는 고문에 대한 기록이 생생하다. 안현정 / 제문에도, 철제관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본 아들의 얼굴이 검은 멍투성이였다는 내용이 있다. 아마 고문에 시달려 목숨을 잃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강아랑 / 여러분, 이 주사기도 고문기구였다는 게 믿기시나? 주사기로는 독립운동가들의 피를 뽑는 방식으로 고문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독립군을 고문하는 방법만 70가지가 넘었대. 다니엘 / 서대문형무소에 가봤는데, 부채, 막대기뿐만 아니라, 손톱 밑을 찌르는 바늘, 움직이지도 못하는 좁은 공간 등 상상이상의 고문도구들이 있었어. 인간이 버티기 힘든 수준이었다. 독립운동가를 괴롭힌 경찰들은 귀신이라 불렀을 정도라고. 인간으로도 안 보인 거지. 홍경민 / 부채도, 주사기도 어떻게 보면 일상에 도움을 주는 것들인데, 고문 기구로 쓰였다니 잔인하게 느껴진다. 34살의 건장한 젊은이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잔혹한 고통들이 있었겠나. 한상헌 /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쳤던 Q4.권오설 선생님의 발자취가 뒤늦게 알려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하룡 / 독립운동하면 3대 망한다는 말 들어보셨죠? (불에 탄 편지 보여주고) 여러분 이게 뭔지 아냐, 불에 탄 권오설 선생의 편지다. 권오설 선생의 자손들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집이 두 번이나 불타고, 취업 길도 막힌다. 안현정 / 심지어 ‘권오설 가 사람들은 배우면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마을 서당에서도 내쫓기고, 빨갱이 자식이라고 길에서 돌팔매질을 당하기 일쑤였다. 홍경민 / 권오설 선생의 아들은 조상 때부터 터를 잡았던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야했다. 독립운동으로 아버지를 잃은 것도 모자라, 고향까지 떠났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나. 이기환 / 2005년 국가에게 독립운동 인정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하는 인물은 포상할 수 없다. 권오설 선생은 이런 조건이 충족된 사회주의 독립유공자다. 권오설 선생은 목숨을 잃은 지 70년이 지나서야 권오설 선생과 그 가족들의 불명예를 씻게 되었다. 다니엘 / 유럽은 독립유공자(레지스탕스)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도 확실히 한다. 국민들이 독립운동가를 자연스럽게 국빈으로 인식하거든. 우리는 고통받은 자들의 기억을 보존하고, 민주주의의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떠올려야할 의무가 있다. 임하룡 / 아직 우리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저도 한명의 아버지로서, 이 땅의 자유를 만든 건 대단한 역사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딸이었다고 생각하니 지금이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다^^ 여러분도 항상 그분들을 기억하며 자유를 누리시길 한상헌 / 역사에 기록되는 건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지만, 그의 행보를 함께했을 그의 가족도 독립운동가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오설의 철제관> 잘 봤습니다. 한상헌 / 천상의 컬렉션! <독립운동가 특집>! 세 분의 무대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서만 남았습니다. 바로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을 결정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난 세 개의 보물을 떠올려 볼까요?일본 제국주의 심장을 향해 쏜 <안중근의 총알>, 노래로, 의병 활동으로 세상을 움직인 <윤희순 의병가사집>, 독립운동가 아들을 둔 아버지의 처절한 아픔과 함께한 <권오설 철제관>을 차례로 만나봤는데요. 여기 계신 100인의 현장평가단 여러분들은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잠시 후에 호스트 세 분을 무대에 모시고, 최후의 한마디를 들어볼 텐데요. 세 분의 최후 한마디를 모두 듣고 난 뒤,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에 투표해주시면 됩니다. 세 개의 보물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보물이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르게 되고요. 우승을 한 호스트는 문화재 보호기금에 기부자로 등록됩니다. 자, 준비되셨나요? 자, 그럼, 세 분의 호스트! 무대 위로 나와 주세요! 자,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서입니다. 여러분의 최종 선택을 도와줄 최후의 한마디 시간입니다. 먼저 안내상 씨의 최후 한마디를 들어보겠습니다. 안내상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까지 품속에 가지고 있었던 건 바로 아내와 두 아들의 사진입니다. 그 또한 생애 마지막 순간, 가족이 눈에 밟히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어디 안중근만 그랬겠습니까. 군복도 무기도 없이, 이름 없는 들풀로 피고 진 수많은 독립 운동가분들이 우리의 영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1번을 눌러주세요. 한상헌 / 안중근의 불꽃같은 삶을 대변하는 보물, 안내상 씨가 소개한 <안중근의 총알>은 1번입니다. 이제, 최우리 씨의 최후 한마디 들어보겠습니다. 최우리 / 집에서 살림만 하던 평범한 아낙네는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항일투사로 변신했습니다. 그녀가 극복해야 했던 건 두려움, 절망감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편네가 의병을 하겠다고? 단단히 미쳤네. 이런 편견도 있었죠.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는데 남녀가 어딨습니까. 그쵸? 2번입니다. 한상헌 / 그동안 잘 몰랐던 한국 최초 여성의병장의 노래, 최우리 씨가 소개한 <윤희순 의병가사집>은 2번입니다. 마지막으로 임하룡 씨의 최후 한마디 들어보겠습니다. 임하룡 / 권오설의 아버지 권술조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영원히 살아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장차 눈을 높은 곳에 달아두고 그것을 기다릴 것이다“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 그것이 아들을 먼저 묻은 아비의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그 소망 여러분과 제가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한상헌 / 독립운동가 아들을 둔 아버지의 처절한 이야기 <권오설 철제관>은 3번입니다. 자, 100분의 현장평가단 여러분! 이제는 마음의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안내상 씨의 <안중근 총알>은 1번 최우리 씨의 <윤희순 의병가사집>은 2번, 임하룡 씨의 <권오설 철제관>은 3번입니다. 자, 여러분, 마음의 결정! 하셨습니까?천상의 컬렉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을 선택해주세요! 자, 결과가 나왔습니다. 100분의 현장평가단을 사로잡은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른 보물은 무엇일까요. 최종 결과 보여주세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에는 호스트 안내상씨의 안중근 총알이 올랐습니다! 오늘 우승한 호스트 안내상씨는 문화재 보호기금에 기부자로 등록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불을 밝혀 줄 단 하나의 보물! 단 하나의 이야기! 지금까지 천상의 컬렉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용: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우리 문화재도 애정을 가지고 오래, 자세히 보았을 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기적처럼 전해진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 그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호스트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을 선정한다. 안내상이 소개하는 '안중근 총알' 최우리가 소개하는 '윤희순 의병 가사집' 임하룡이 소개하는 '권오설 철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