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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타임캡슐 8편 - 왕을 위한 경배 광릉숲

영상 대본 펼치기 닫기: 이 땅의 자연은 저 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삶의 나이테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죠 자연의 부름 앞에 모든 삶은 흔적을 남깁니다 오래된 믿음이 쌓인 특별한 공간, 특별한 이야기의 비밀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8편 왕을 위한 경배 광릉숲 5백년 전, 이 숲에서 사냥하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그는 저돌적이었고, 물러섬이 없었죠. 실록에는 “말타고 활쏘는 것을 좋아해 항상 화살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전합니다. (세조께서는 자주 남양주에 가서 밤을 지새며 사냥했다 1486년 10월13일 성록실록) 그 사냥꾼의 신분은 왕이었고, 조선 최강의 권력자 세조였습니다. 왕은 여드레 동안 이 숲에 머물렀습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천하의 권세가 그의 손아귀 안에 들어있었죠 왕은 사냥을 마치고 축령산의 산세를 살핀 다음 이곳을 능지로 정했습니다. (광릉이 산자락에 자리잡은 것은 이런 사연 때문이죠.) 숲에 둘러싸인 조선 7대왕 세조..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13년 동안 왕좌에 앉았다가 (1468년 11월 28일 죽엽산 자락에 예장하다 1796년 광릉지 ) 쉰 둘에 승하해 여기로 왔습니다. 왕은 여전히 문신과 무신의 호위를 받으며 잠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왕의 곁에는 사시사철 자연의 인사가 끊이질 않죠. 산으로 겹겹이 에워싸인 능지는 멀리 남쪽으로 소리봉을 바라보는 그야말로 명당 자리죠. 세조는 이 숲에 특별한 명을 남깁니다. “산에 관리를 두어 보살피라.” “능 주변 사방 6km를 능림으로 정하고 출입을 통제하라” (산직을 두고 사방 15리를 능림으로 정하다 1796년 광릉지) 그후 광릉숲은 550여년 동안 훼손되지 않고 성숙한 천연의 숲이 되었죠. 왕의 숲을 깨우는 봄꽃의 기지개.. 광릉은 낙엽하나 솔방울 하나 채취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습니다. (동구 5리에는 전나무 잣나무와 더불어 진달래를 맞대어 심었다 1796년 광릉지) 그런 왕의 사후를 호위하는 건 사람이 아닌 건장한 나무들이었죠. 왕은 죽었지만 죽은 왕은 자신의 무덤 위에 수많은 자연의 백성들을 불러들여 살게 합니다. 새끼를 문 다람쥐, 안전한 둥지를 찾는 중입니다. 원앙의 눈길이 향하는 곳.. 원앙 부부도 나무 구멍 둥지를 물색중입니다. 하지만 오리나무는 이미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돼 있습니다, 다가가 살피지만 잠든 올빼미를 깨우고 맙니다.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 하나도 어미는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하늘다람쥐가 활공하는 숲 숲의 주인을 만나러 가볼까요. 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홍살문을 지나면.. 제례를 지내기 위해 지은 정짜각(丁字閣)에 이르고.. 숨을 고른 다음 언덕길을 오르면 광릉입니다. 세조는 죽기 전 특별한 유훈을 남깁니다. 내가 죽으면 속히 썩어야 하니 석실과 병풍석을 만들지 말라 1469년 1월3일 예종실록 광릉 내부.. 3미터 깊이의 광을 파고, 석회 혼합물을 다져 회격을 만듭니다. 특수 운반 도구를 이용해 외관을 넣고, 이어 왕의 시신이 담긴 재궁을 내립니다.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주위를 숯으로 덮은 다음 복토를 하지요. 광릉은 다른 왕릉에 비해 소박합니다. (석실을 만들자면 5천명이 6개월에 걸리는 작업이어서 세조는 간소화를 명했지요.) 조선 왕릉은 엄숙한 공간이면서 열려있는 자연입니다. 어미 딱새는 둥지 재료와 씨름 중입니다. 정짜각 앞에 놓인 멍석은 놓칠 수 없는 둥지 재료죠. 왕릉은 돌 하나도 정확히 치수를 정해 쌓았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정자각은 왕릉 앞 150보 지점에 있다.) 노랑할미새는 기단석 틈에 둥지를 마련했습니다. 쉽게 눈에 띄지않고,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좋은 은신처죠. 하지만 돌틈을 좋아하는 이웃이 또 있습니다. (천적이 가까이 있지만) 노랑할미새 부부의 일과는 멈춤이 없습니다. 새끼를 키워내는 이 둥지가 노랑할미새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왕국이겠죠. 자연의 일부가 된 왕릉엔 숲에서 살아가는 저마다의 삶이 스며들고.. 힘의 크기는 곧 질서입니다. 유혈목이에 덜미를 잡힌 것은 뜻밖에.두꺼비.. (피부에서 독을 분비하는 두꺼비를 사냥하는 뱀은 유혈목이가 유일합니다.) 유혈목이는 스스로 독을 만들지 못하고 두꺼비를 잡아먹어 독을 만듭니다. 그리고 암컷은 알에도 이 독성물질을 물려줍니다. 죽엽산, 세조가 사냥할 당시에는 호랑이와 여우가 창궐하던 숲이었습니다. (죽엽산에서 호랑이 한 마리 노루 사슴 여우 멧돼지 40여 구를 잡았다 1460년 10월12일 세조실록) 아직도 멧돼지는 죽엽산 자락을 누비고 있습니다 무리지어 진흙목욕을 즐기고 그들의 영역을 지키죠. 숲에서 약자는 늘 조심스레 움직입니다. 사방에 귀를 연 올빼미.. 왕의 숲에서 올빼미는 톡톡히 왕노릇을 하죠. 올빼미는 소리로 어둠의 세상을 궤뚫어봅니다. 위치 파악, 소리없는 비행은 어김없이 사냥감을 낚아챕니다. 올빼미, 발톱의 힘으로는 제왕이지만 새끼를 키우는데는 밤 새워 일하는 어미일 뿐입니다 먹이는 하나, 올빼미 삼형제의 등살에 어미의 갈길은 멉니다 새끼들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성장하지요. 왕의 숲에 울리는 생과 사의 소리들.. 어미가 이번에는 지네를 물어왔네요. 광릉숲은 이렇게 500년 넘게 이어진 모성으로 새끼 올빼미를 키워왔습니다. 왕릉을 지키고 가꾸는 근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효의 마음이었습니다. 선왕에 대한 효는 왕릉 주변에 심은 나무로 표현됐죠. 자신을 대신해 사시사철 어버이를 지켜주는 나무... (금천교를 지나 좌우에 진달래 두견화 수 백 그루를 심다 1796년 광릉지) 광릉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은 광릉요강꽃, 광릉물푸레 등 모두 10종이나 됩니다. 광릉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기 때문이죠. 지금은 사라졌지만 1993년 크낙새의 마지막 울음소리가 들렸던 곳이 바로 광릉숲이기도 합니다. 크낙새를 닮은 까막딱따구리, 광릉숲의 귀족으로 아직 이 숲에 남아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먹이처럼 대대로 이어져온 삶터, 까막딱따구리는 지금 광릉숲의 얼굴이죠. 뻐꾸기는 지금 남의 둥지를 엿보고 있습니다. 스스로 둥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기는 칡때까치의 영역, 싸움 기질 강한 칡때까치가 맹공을 가합니다. 스스로 새끼를 키우지 못하는 뻐꾸기, 누군가의 둥지를 빼앗아야만 번식에 성공할 수 있죠. 뻐꾸기의 등장은 붉은머리오목눈이에겐 전쟁 선포나 다름없습니다. 한시도 둥지를 비울 수 없는 어미.. 뻐꾸기가 다시 만만한 상대를 찾고 있습니다. 이 숲 어디에 빈 둥지가 있을까? (광릉숲에서 소리봉 아래로 이동,) 뻐꾸기 알이 발견된 곳은 뜻밖에도 국립수목원 동물 관리사 건물. 조금 큰 알이 뻐꾸기가 몰래 산란하고 간 것입니다. (뻐꾸기는 덩치에 비해 알이 작은 편이죠.) 대리부모는 딱새입니다, 탁란 성공, 어미는 둥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뻐꾸기 알의 크기와 모양이 어미를 속이도록 비슷하게 진화했기 때문이죠. 뻐꾸기 알은 항상 숙주의 알보다 먼저 깨어납니다, 어미 뱃속 40도 체온에서 발생이 먼저 시작되고 하루 지난 후 산란됐기 때문이죠. 알 껍질을 내다버리는 딱새, 새끼 뻐꾸기는 본능적으로 입을 벌립니다. 남의 새끼를 키운다는 것, 그것도 자신의 천적을 키운다는 것.. 일단 부화하고 나면 딱새의 모정은 맹목적이 됩니다, 딱새부부는 자신의 먹이보다 뻐꾸기가 우선입니다 맹금류를 흉내낸 뻐꾸기, 사냥도 육아도 서툰 어미죠. 눈도 뜨기 전, 새끼 뻐꾸기가 하는 첫 행동은 살생입니다. 대리 부모의 알을 밀어내는 것이죠. 어미는 수상한 행동을 방치합니다. 알 네 개 중 세 개를 밀어낸 뻐꾸기.. 딱새 어미는 여전히 자신의 체온을 뻐꾸기와 나눕니다. 어미의 품안에서 이뤄지는 마지막 살생, 둥지는 이제 뻐꾸기의 것입니다. 세조는 단종의 왕위를 찬탈해 조선의 일곱 번 째 왕이 됐습니다. 조카를 죽이고 권력을 잡았기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말년에는 불교에 귀의했죠. 고요한 숲에 오늘, 친향을 지내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향과 축문이 들어있는 축함이 오래된 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정짜각으로 향합니다. 친향제란 후대의 왕이 직접 릉을 찾아 선왕에게 올리는 제사를 말합니다. (사가와 달리 왕의 제사는 낮에 지내죠.) 살아생전 김종서와 같은 중신을 참했으며 형제인 안평대군은 물론, 조카인 단종마저 제거했던 세조, 하지만 그는 죽어서 만큼은 권력으로부터 멀어져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했습니다. 죽음 앞에서 자연과 인간은 언제나 공평하죠. 모든 삶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죽음은 또다시 수많은 생명의 밑거름이 됩니다. 광릉숲은 죽은 자의 터전에서 새 생명이 움트는 거대한 둥지입니다. 뻐꾸기는 이 숲에서 또 새로운 둥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여름, 열 두 개의 알을 낳아야 소임을 다하는 것이죠. 유리새가 이상하게 몸을 비트는 것은 천적이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뻐꾸기는 딱새,뱁새,유리새 등의 둥지에 탁란합니다. 계곡 옆 이끼로 만든 유리새의 둥지는 아직 무사합니다. 광릉숲의 뻐꾸기, 딱새 둥지에선 그의 새끼가 어미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부화 열흘 째 둥지와 먹이를 독차지한 만큼 성장 속도는빠르죠. 딱새가 터무니없이 큰 새끼를 먹이는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뻐꾸기의 빨간 입이 끊임없이 모성 본능을 자극해 어미를 움직일 수도 있고, 부화 후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남의 새끼를 가려내는 일이 딱새에겐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뻐꾸기가 침탈한 딱새의 둥지, 뻐꾸기는 이렇게 3주간 대리 부모의 먹이를 받아먹으며 성장합니다. 왕의 숲은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삶을 마감하는 또 하나의 우줍니다. 비록 강자와 약자는 있지만 그 귀함의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가 한 햇살 아래 자연의 일원이 되죠. 나무의 속살을 비집고 살아온 녀석, 오늘은 번데기 생활을 청산하고 어둠의 나무 터널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 날입니다. 유리알락하늘소, 딱딱한 등껍질과 더듬이로 무장하고 길을 나섭니다. 그 어미가 그랬듯 살아온 나무를 파서 산란터를 만들고, 그 나무 위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삶이 끝이 없는 건 치열하게 생명의 대를 이어가기 때문이죠. 광릉은 탄생과 부활의 숲입니다. 왕오색나비 애벌레, 팽나무에서 나고 자라 이제 변신을 준비합니다. 입에서 실을 토해내는 것은 번데기가 되기 위함이죠. 누울 자리가 정해지면 주변의 나뭇가지를 자르기 시작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번데기 상태일 때 개미 등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죠. 돌아온 자리, 이제 몸 속에서 보내오는 성장의 신호에 따라 몸을 맡기면 됩니다 번데기의 시간은 길지만, 날개돋이는 순간입니다. 화려한 인생은 늘 긴 준비기간을 필요로 하죠. 말린 주둥이를 펼치고 오색의 빛깔이 햇빛을 받으면.. 왕오색나비는 여왕이 되어 날아오릅니다. 왕릉의 능침 공간은 왕조차 함부로 발을 디딜 수 없는 성역이었습니다. (분묘는 한계를 정해 경작과 목축을 금한다 1484 경국대전) 무단 벌목 1그루에 곤장 10대, 벌목 10그루면 사형까지 집행할 정도로 형률이 엄격했죠. 봉분을 울타리처럼 둘러싼 난간석, 그 아래, 뱀허물쌍살벌이 왕국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육각형의 집은 가장 넓으면서 빈틈이 없는 구조죠.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벌들이 시중을 드는 철저한 계급 왕국, 그것은 오로지 후세를 잘 잇기 위한 오랜 진화의 선택이었습니다. 양과 말, 신성한 동물의 수호를 받는 왕릉은 삶의 영화를 죽음까지 이어가려는 욕망으로 조성됐습니다. 궁이 살아서의 거처라면 왕릉은 죽어서 거처한 궁이라고 할 수 있죠. (왕에게 궁궐이 권위의 상징이었고 대역사였다면, 왕릉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왕과 왕비의 침전이었던 대조전, 왕릉은 마침내 영혼이 잠드는 집이었죠.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정무를 보던 자리는 위계에 따라 문신과 무신이 지키며, 왕이 노닐던 공간은 혼령이 나와 노는 혼유석으로 상징화됐습니다, 절대권력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죠. 여러 단계 문을 거쳐야 도달하듯 왕릉도 조심스런 걸음으로 홍살문을 지나 제례의 공간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창덕궁 후원을 넓혔던 세조, 하지만 왕에게도 삶의 영화는 무한할 수 없었죠. 그래서 후손들이 씨앗처럼 퍼져나가기를 바랬고, 그것은 태조부터 마지막 순종까지 519년 조선 왕조의 시간이 흐르는 내내 궁궐에서 왕릉까지 중단없이 이어져왔습니다. 왕릉은 도성 밖 100리 안 두고자 했습니다. 광릉은 창덕궁에서 북동쪽으로 약 25km, 세조는 어린 시절 궁이 아닌 민간에서 자랐습니다. (매 날리는 것을 좋아해 한 마리 매만 얻어도 손에서 놓치 않았다고 합니다.) 왕이 돼서도 활쏘기와 말타기를 즐겼고, 음악과 의술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죠. 그래서 자연이 숨쉬는 곳에 무덤을 정했는지도 모릅니다. 광릉 가는 길, 5백년 전 세조가 사냥하며 달렸던 숲은 아직도 오래된 싱그러움이 남아있습니다. 조선 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담은 왕실 무덤 건축의 완성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조선 왕릉은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담은 무덤 건축의 완성이다 2009년 유네스코 등재문) 세조 옆엔 정희왕후 윤씨가 잠들어 있습니다. 성종이 열 두 살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7년간 수렴청정을 했던 여걸이죠. 세조와 정희왕후, 부부는 모두 서슬퍼런 권세를 쥐고 조선을 지배했죠. 어미의 전략대로 새끼 뻐꾸기는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둥지생활을 끝내고 숲으로 나갈 시간 그동안 얼마나 많은 먹이를 받아먹었을까요 뻐꾸기의 대리 부모는 둥지를 떠나서도 정성을 다합니다 그런데. 먹이를 주려다 마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제 새끼 다 죽인 녀석에게 마지막 비행까지 가르쳐 보내겠다는 것인데요.. 대리 부모는 둥지를 떠나서도 일주일간 이렇게 먹이를 물어나르며 비행을 유도합니다. (새끼 뻐꾸기와 딱새의 실랑이.. 대리 부모는 뻐꾸기가 이 숲에서 살아갈 앞날까지 책임지며 최선을 다합니다.) (장차 이 뻐꾸기가 자신과 같은 새의 둥지에 탁란을 할 것이라는 것을 잊은 채 말이죠.) 야생의 세계에 도덕은 없습니다. 탁란은 다만 진화가 낳은 행동일 뿐이죠. 제 자식을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하고 남의 둥지를 빼앗아야하는 뻐꾸기의 운명도 결코 가벼울 수 만은 없습니다 . 조선 왕릉은 모두 42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엔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 40기가 등재됐습니다. 동구릉은 조선왕조의 가족묘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태조 이성계의 친향례가 있는 날 왕의 위엄이 깃든 솔숲을 지나면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마주하게 됩니다. 조선 왕릉의 원형은 여기에 담겨있죠. 건원릉은 바닥에 돌을 깔고 방을 만든 다음 사방에 사신도를 그린 석실묘입니다. 관을 안치하고, 도굴 방지를 위해 사방을 봉한 다음 숯으로 감싸고 복토를 하죠. 봉분 주위로는 병풍석을 쌓고 십이지신상을 새겼습니다. 석실을 만드는데는 충청과 강원에서 무려 6,000명이 징발됐다고 합니다, 건원릉은 특이하게 봉분에 억새가 솟아있는데요, 태조 이성계의 고향인 함흥에서 억새와 흙을 가져왔다고 하죠. 왕릉의 관리는 엄격했습니다. (특히 왕릉의 나무에 대한 기록이 실록에 무려?회나 등장하는데요,) 벌레가 기승을 부리면 주변 20리 까지 손으로 잡도록 했다는 기록까지 전합니다. (건원릉의 소나무 벌레를 잡도록 명하다 1450년 3워27일 문종실록) 정짜각 너머 언덕에 자리한 건원릉, (매년 한식에는 여러 능위의 쑥이나 잡목 잡초를 뽑도록 하라 1484년 경국대전) 건원릉의 벌초는 일년에 딱 한번, 4월5일? 한식 때 이뤄집니다. 억새는 자르면 죽어버리는 성질이 있어 추석을 전후해 벌초하지 않고, 겨우내 내버려두었다가 이때만 행하죠. 당대 최고의 과학과 예술이 집약된 조선 왕릉, 6백년 세월 속에 왕릉은 자연의 일부가 되었고, 도심 속 생태섬으로 숨쉬고 있습니다. 광릉숲은 나무들이 스스로 경쟁하고 살아남고 쇠락해간 산림박물관입니다. 누가 햇빛을 차지하는가? 조용하고 오래된 자리싸움의 최종 승자는 신갈나무.. 나무껍질엔 살아온 풍상의 세월과 여기에 기대어 사는 생물들의 치열한 투쟁이 담겨있죠. 말벌은 오래된 나무의 향기를 맡고 집결 중입니다. 수액이 흐르는 곳은 권력 다툼이 빈번할 수 밖에 없죠. 왕오색나비의 무기는 긴 주둥이와 기운 센 날개짓입니다. 말벌의 위세에도 결코 밀리지 않죠. 거목일수록 나눔의 품이 크기 마련, 광릉숲의 곤충들은 참나무 수액의 달콤함에 길들여져 있죠. 왕좌는 장수풍뎅이 차지.. 햇빛을 향한 열망은 나무의 생존본능입니다. 서어나무 거목이 쓰러지면 하늘이 열려 밑에서 다른 나무가 자라고, 놀라운 생명이 깃듭니다. 광릉숲은 멸종위기에 처한 장수하늘소의 마지막 고향이었죠. 햇살좋은 날, 서어나무 아래선 짝짓기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합니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눈치 볼 것 없이 오로지 힘의 대결로 배필을 만나야 합니다. 알락수염하늘소는 쓰러진 서어나무에 알을 낳을 것이고, 고목의 죽음을 삶으로 바꿀 것입니다. 광릉숲에는 세조가 산을 누비며 만났던 야생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멧돼지 가족은 광릉숲에서 주린 배를 채웁니다. 예민한 후각으로 땅속 애벌레까지 잡아먹는 멧돼지. 숲이 살아있는 광릉은 5백년 전에도 산짐승이 걱정거리였죠. 한명회가 아뢰기를 “광릉의 산에 짐승이 많아서 피해가 곡식에 미치니 사냥하도록 하소서“ 하지만 왕은 이를 거부합니다. (성종이 전교하기를 “침원을 짓밟는 것은 옳지 않다” 1486년 10워13일 성종실록) 해를 끼치는 짐승이 있더라도 함부로 밟지 않았던 광릉, 세조는 말년에 지병을 얻고, 치유를 위해 산천을 누비며 자연에 몸을 맡깁니다. 새집에 있는 날짐승은 바람부는 것을 알고 구멍에 있는 길짐승은 비오는 것을 안다 1457년 5월29일 세조실록 왕릉의 밤을 지키는 솔부엉이, 숲은 소리없는 움직임으로 살아있습니다. 나방은 밤의 시간을 깨우고, 장수풍뎅이는 나무의 꿀이 흐르는 곳을 알고 있죠. 단물이 모이는 곳에 불가피한 권력다툼, 장수의 뿔치기로 일합을 겨룹니다. 톱사슴벌레도 물리쳐야 이 자리를 독차지할 수 있겠죠. 하늘소는 짝짓기에 취해있습니다. 톱사슴벌레에게 밀려나지만 산란의 과업은 멈출 수 없죠. 참나무 수액에 곤충이 몰릴수록 사냥은 쉬워지는 법 솔부엉이가 움켜쥔 나방은 새끼들 몫입니다 광릉의 주인 세조, 천하를 손아귀에 쥐었건만 생의 시간을 움켜쥘수는 없었습니다. 조카 단종을 죽인 것은 평생의 업보였겠죠. 병든 왕은 불교에 귀의하고, 자연의 이치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그래서 왕은 자신의 운명을 축령산에 맡긴 것은 아닐까요. 숲은 서로를 의지해 살아갑니다. 버섯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못하고, 죽은 나무에 기대 살아나죠. 버섯을 통해 숲은 재생되고 분해됩니다. 나무는 열매를 통해 영토를 확장합니다. 여기 도토리를 기다려왔던 녀석이 있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 산란을 위해 먼저 나뭇가지의 물관을 잘라냅니다. 그리고 도토리에 구멍을 파죠 암컷이 산란구멍을 파는 사이, 수컷들은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도토리 위에서 펼쳐지는 경쟁, 도토리보다 작지만 그들의 싸움은 격렬합니다, 더듬이로 깊이를 재가며 구멍을 파는 암컷 구멍이 완성되면 곧바로 산란이 이어집니다. 산란 후에는 다시 구멍을 막고.. 후세를 위한 어미의 정성입니다. 도토리 한 알은 그 자체가 둥지이고 왕국이죠 임무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 작업은 가지를 자르는 일.. 도토리 속에서 부화된 애벌레가 땅속으로 들어가기 쉽게 하기 위해서죠 광릉숲에 내려앉는 도토리 왕국 어미의 일생은 여기까지 입니다. 숲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고, 그안에서 모든 생명은 평등합니다. 나무의 바다 광릉숲, 그곳엔 왕조차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던 숲길이 있습니다. 광릉 가는 길이죠 붉게 물든 오솔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가을은 짙어집니다. 잣송이 하나를 두고 쫓고 쫓기는 청설모, 씨앗은 이런 이웃을 통해 희생되고, 또 삶의 영토를 넓혀가기도 하죠. 세조의 무덤 위에 내려앉은 도토리, 숲은 평등하게 나누고,,, 버려야 할 때를 압니다. 5백년 전, 자신의 무덤에 숲을 불러들였던 광릉의 주인, 세조가 꿈꿨던 것은 흉내낼 수 없는 이 찬란한 가을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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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길 54편 - 7년 만의 승리 의병과 승병

오전 06시 39분 - 오전 07시 04분

정은표의 세계유산순례 - 한국의 정을 담근다, 김장문화

오전 07시 04분 - 오전 07시 09분

움직이는 섬 쉐니어 고창 갯벌

오전 07시 09분 - 오전 07시 13분

김장과 품앗이, 품앗이 문화와 공동체 의식

오전 07시 13분 - 오전 07시 23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1

오전 07시 23분 - 오전 07시 29분

겨울철새 공화국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오전 07시 29분 - 오전 07시 32분

구름 위를 걷다, 한라산

오전 07시 32분 - 오전 08시 02분

궁중병과 겨울차림상

오전 08시 02분 - 오전 08시 25분

제주민요를 들어봅시다

오전 08시 25분 - 오전 09시 19분

자연의 타임캡슐 5편 - 하늘과 땅의 동행 매사냥

오전 09시 19분 - 오전 09시 29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2

오전 09시 29분 - 오전 10시 23분

자연의 타임캡슐 8편 - 왕을 위한 경배 광릉숲

오전 10시 23분 - 오전 11시 18분

[KBS] 천상의 컬렉션 11편 - 책가도, 백자 달 항아리, 곽재우 장검

오전 11시 18분 - 오후 12시 12분

[KBS] 천상의 컬렉션 10편 - 난중일기, 정태제 사초, 훈민정음 혜례본

오후 12시 12분 - 오후 12시 12분

[KBS 6시 내고향] 내고향 문화재 38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김장

오후 12시 12분 - 오후 12시 15분

북쪽의 찬 기운은 소나무가 막고,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숲

오후 12시 15분 - 오후 12시 34분

꿀잼문화유산여행 영주 문화유산 탐방

오후 12시 34분 - 오후 12시 42분

문화유산여행길 54편 - 7년 만의 승리 의병과 승병

오후 12시 42분 - 오후 01시 07분

정은표의 세계유산순례 - 한국의 정을 담근다, 김장문화

오후 01시 07분 - 오후 01시 12분

움직이는 섬 쉐니어 고창 갯벌

오후 01시 12분 - 오후 01시 16분

김장과 품앗이, 품앗이 문화와 공동체 의식

오후 01시 16분 - 오후 01시 26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1

오후 01시 26분 - 오후 01시 32분

겨울철새 공화국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오후 01시 32분 - 오후 01시 35분

구름 위를 걷다, 한라산

오후 01시 35분 - 오후 02시 05분

궁중병과 겨울차림상

오후 02시 05분 - 오후 02시 28분

제주민요를 들어봅시다

오후 02시 28분 - 오후 03시 22분

자연의 타임캡슐 5편 - 하늘과 땅의 동행 매사냥

오후 03시 22분 - 오후 03시 32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2

오후 03시 32분 - 오후 04시 26분

자연의 타임캡슐 8편 - 왕을 위한 경배 광릉숲

오후 04시 26분 - 오후 05시 21분

[KBS] 천상의 컬렉션 11편 - 책가도, 백자 달 항아리, 곽재우 장검

오후 05시 21분 - 오후 06시 15분

[KBS] 천상의 컬렉션 10편 - 난중일기, 정태제 사초, 훈민정음 혜례본

오후 06시 15분 - 오후 06시 47분

백년손님밥상, 안도

오후 06시 47분 - 오후 06시 47분

[KBS 6시 내고향] 내고향 문화재 38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김장

오후 06시 47분 - 오후 06시 50분

북쪽의 찬 기운은 소나무가 막고,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숲

오후 06시 50분 - 오후 07시 08분

꿀잼문화유산여행 영주 문화유산 탐방

오후 07시 08분 - 오후 07시 17분

문화유산여행길 54편 - 7년 만의 승리 의병과 승병

오후 07시 17분 - 오후 07시 42분

정은표의 세계유산순례 - 한국의 정을 담근다, 김장문화

오후 07시 42분 - 오후 07시 47분

움직이는 섬 쉐니어 고창 갯벌

오후 07시 47분 - 오후 07시 51분

김장과 품앗이, 품앗이 문화와 공동체 의식

오후 07시 51분 - 오후 08시 01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1

오후 08시 01분 - 오후 08시 07분

겨울철새 공화국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

오후 08시 07분 - 오후 08시 10분

구름 위를 걷다, 한라산

오후 08시 10분 - 오후 08시 40분

궁중병과 겨울차림상

오후 08시 40분 - 오후 09시 03분

제주민요를 들어봅시다

오후 09시 03분 - 오후 09시 57분

자연의 타임캡슐 5편 - 하늘과 땅의 동행 매사냥

오후 09시 57분 - 오후 10시 07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2

오후 10시 07분 - 오후 11시 01분

자연의 타임캡슐 8편 - 왕을 위한 경배 광릉숲

오후 11시 01분 - 오후 11시 56분

[KBS] 천상의 컬렉션 11편 - 책가도, 백자 달 항아리, 곽재우 장검

오늘의 편성표

각 시간, 제목 정보를 제공하는 표.
시간	제목
오전 08시 25분 - 오전 09시 19분	자연의 타임캡슐 5편 - 하늘과 땅의 동행 매사냥
오전 09시 19분 - 오전 09시 29분	난중일기의 흔적을 찾아서 2
오전 09시 29분 - 오전 10시 23분	자연의 타임캡슐 8편 - 왕을 위한 경배 광릉숲
오전 10시 23분 - 오전 11시 18분	[KBS] 천상의 컬렉션 11편 - 책가도, 백자 달 항아리, 곽재우 장검
오전 11시 18분 - 오후 12시 12분	[KBS] 천상의 컬렉션 10편 - 난중일기, 정태제 사초, 훈민정음 혜례본
오후 12시 12분 - 오후 12시 12분	[KBS 6시 내고향] 내고향 문화재 38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김장
오후 12시 12분 - 오후 12시 15분	북쪽의 찬 기운은 소나무가 막고,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숲
오후 12시 15분 - 오후 12시 34분	꿀잼문화유산여행 영주 문화유산 탐방
오후 12시 34분 - 오후 12시 42분	문화유산여행길 54편 - 7년 만의 승리 의병과 승병
오후 12시 42분 - 오후 01시 07분	정은표의 세계유산순례 - 한국의 정을 담근다, 김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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