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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KBS] 천상의 컬렉션 20편 - 동궐도, 탁영금, 마도 3호선

영상 대본 펼치기 닫기: MC 한상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우리 문화재도 애정을 가지고 오래, 자세히 보았을 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지 않을까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에서는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세 개의 보물을 준비했습니다. 여기 계신 100분의 현장평가단은 호스트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마음에 드는 보물에 불을 밝혀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은 과연 무엇일지 지금 만나보시죠. 1. 임은경 <동궐도> 임은경> 여기 마법 같은 그림이 있습니다. 혹시, 보이세요? 네? 그림은 안 보이고, 책만 보인다고요? 여러분, 집중해 주세요. 이제 열여섯 권의 책이 마법을 부립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보물은요. 가로 6미터, 세로 3미터!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조선 최고의 궁중 회화 걸작, <동궐도>입니다. <동궐도>는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창덕궁과 창경궁, 두 궁궐을 그린 그림인데요. 신기한 건 그 많은 건물과 주변 풍경을 마치 하늘에서 찍은 것처럼 정교하게 그렸다는 거예요. 실제로 제가 이 <동궐도> 그림을 들고 창덕궁을 둘러봤거든요? 그런데 건물의 배치는 물론이고, 건물 사이의 거리까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어~ 다들 못 믿겠다는 표정이신데요. <동궐도>가 얼마나 정교한 그림인지,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여기는 인정전이란 곳인데요. 창덕궁에 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보면, 큰 행사가 열릴 때, 왕은 계단 위쪽에 앉아 있고, 밑에는 신하들이 쭉 서 있는 거, 본 적 있으시죠. 바로 여깁니다. 보시다시피 인정전은 정면 다섯 칸, 측면 네 칸의 이층짜리 건물인데요. 실제로 안에 들어가 보니까, 일층이더라고요. 위아래를 터서 천장이 아주 높았습니다. 이곳은 풍경이 너무 예뻐서.. 제가 첫눈에 반한, 부용지라는 연못입니다. 궁궐에 연못이 있다는 게 처음엔 좀 의외였는데요. 직접 가서 보니까 굉장히 크고 넓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 왕들이 낚시도 하고, 뱃놀이도 즐겼다는데.. 정말 그랬겠구나 싶더라고요. 다른 곳엔 장독대, 우물, 해시계도 있고요. 여기 살구나무 위에, 까치집! 보이세요? 이런 것까지... 정말 대단하죠? 이 정도면 그림이 아니라 지도, 아니 설계도라고 해도 믿겠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조선 시대 사람들은요. 궁궐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대요. 관계자 외에는 절~대 출입 금지! 일급비밀 지역! 철통 보안을 자랑했거든요. 그런데 만약, 만약에 말이죠. <동궐도>가 유출되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요? 혹시라도 왕의 목숨을 노리는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면? 하.. 정말 큰~일 나겠죠? 그렇다면 이 위험한 그림, 대체 누가, 왜 그린 걸까요? 여러분, 이 엄청난 크기의 그림, 한 사람이 그렸을까요? 아니겠죠? 제가 아까 <동궐도>는 16권의 책을 펼쳐 놓은 그림이라고 한 것 기억나시죠? 사실 그건요. 궁에서 그림을 그리는 도화서의 화원들이 <동궐도>를 나눠 그렸기 때문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아시죠? 다 도화서 출신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같은 화가들이 서른 명이나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게 진짜 조선의 어벤져스 군단이죠. <동궐도>는 이런 도화서 화원들이 총동원된 그림입니다. 그럼 이제 <동궐도>의 주인도 아시겠죠? 네! 바로 왕입니다! 그런데 이 <동궐도>는요. 뭔가 비밀이 가득합니다. 분명 왕의 명령으로 그린 그림인데, 알려진 게 거의 없어요. 동궐도에 대한 기록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그림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그렸는지! 단 한 줄도 말이죠. 하지만 여러분,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동궐도>가 그려진 시기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제가 지금부터 세 개의 힌트를 드릴 건데요. 한번 맞춰 보시겠어요? ‘경복전 터’입니다. 빈 터만 덩그러니 그린 이유는 경복전이라는 건물이 ‘1824년’, 화재로 허물어졌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단서! ‘연경당’입니다. 사대부가의 저택을 모델로,‘1828년’에 지었습니다. 환경전, 경춘전, 양화당입니다. 이들은 ‘1830’년, 모두 불에 타서 없어집니다. 그런데! <동궐도>에는 버젓이 그려져 있죠. 이 세 개의 단서를 종합해 보면, <동궐도>가 그려진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데요. 언제일까요? 네, 1828년부터 1830년 사입니다. 이렇게 쉽게 <동궐도>를 그린 시기를 알 수 있는데, 왜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았을까요? 혹시 이 그림... 존재조차 알려지면 안 되는 그림이었던 건 아닐까요? 1828년부터 1830년 사이 조선의 왕은 순조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분이 대리청정을 하고 있었어요. 누군지 모르겠죠? 그럼 이 분은 어떠세요? 네, 바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 씨가 연기한 ‘이영’, 효명세자인데요. 한국전쟁 때 어진이 불에 타 얼굴을 알아볼 순 없지만, 실제로 박보검 씨만큼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어린 왕세자의 눈에 비친 조선은요, 그야말로 암울했습니다. 아버지 순조는 허수아비 왕에 불과하고, 조선팔도를 쥐락펴락 하는 건 안동김씨 가문이었죠.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어릴 때부터 총명했던 효명세자, 아.. 이건 아닌데 싶었는지, 이런 당찬 시를 남깁니다. ‘내가 왕위에 오르면 천하를 구제하겠다’ 그런데 이걸 시로만 쓴 게 아니에요. 그림으로도 남겼습니다. 바로 이 <동궐도>에 말이죠. 효명세자는 할아버지 정조를 롤 모델로 삼고, 왕권이 바로 서는 나라,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동궐도> 곳곳에 숨겨 두었습니다. 사실 ‘정조’하면 독서광으로 유명하잖아요. 책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규장각이란 왕실도서관을 직접 만드는데요. 이후 규장각은 정조의 인재 양성소이자 개혁 정치의 산실이 되었습니다. <동궐도>를 보면 주변 건물에 비해 규장각이 한 여덟 배 이상 크게 그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가봤더니, 이 정돈 아니더라고요. 한 세 배 정도..? 그런데 효명세자는 왜, 규장각을 강조했을까요? 여기 규장각 뒤에 보면,아주 소박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효명세자의 아지트, ‘의두합’입니다. 뜻이 참 예뻐요. ‘별에 기댄다’ 여기에서 ‘별’은 누굴까요? 네, 규장각, 바로 정조입니다. 여러분, <동궐도>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만 했던 건, 할아버지 정조를 닮고 싶었던 효명세자의 야심이 숨어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효명세자는 살아생전 이 그림을 보란 듯이 펼쳐 놓지 못했습니다. 불과 스물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대리청정을 한 지, 3년 3개월 만이었습니다. 그의 생은 참으로 짧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품은 꿈은 이 그림에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의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싶었던 효명세자.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 <동궐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MC 한상헌> 신비소녀, 임은경 씨를 <천상의 컬렉션>에서 보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임은경 씨가 이 보물을 소개하려고 <동궐도>, 이 그림만을 갖고, 창덕궁을 직접 다녀오셨다고 들었거든요? 임은경> 네, 제가 지난주에 직접 다녀왔는데요.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사라져서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돈화문 앞 회화나무, 애련정이라는 정자, 인정전, 금천교의 해태상까지 정말 똑같죠? 그래서 여러분, 이 <동궐도>는요. 실제 크기로, 직접 봐야 진짜 멋지거든요. 그래서 제가 제작진을 졸라서 실물 크기 그대로 제작해 봤습니다. MC 한상헌> 와.. 저도 지금까지 <천상의 컬렉션>에서 ‘긴’ 그림은 많이 봤는데요. 이렇게 ‘큰’ 그림은 오늘 처음 봅니다. 여러분, 우리 자세히 보면서 얘기 나눌까요? 홍경민 씨, 직접 보니 어떠세요? 홍경민> 무대 왼쪽부터 이동, 총 16권 차례대로 세면서) 이거 세로로 한 줄, 6칸이 책 한 권이네. 이렇게 16권을 다 펼쳐야 이런 그림이 되는 거구나. 박성광> 그런데 왜 이 건물만 지붕이 초록색이야? 잘못 칠한 거 아나? 강아랑> 여긴 선정전, 광해군이 사치스럽다는 신하들 반대로 선정전에만 청기와를 씌웠다고 하잖아. 실제로 현재 궁궐에 남아 있는 유일한 청기와집이래. 일리야> 이건 뭐야? 조선 시대엔 궁궐에서 학도 키웠어? 임은경> 여기는 효명세자의 처소, 연영합인데요. 학 옆에 돌도 보이죠? ‘학석’이 바로 효명세자의 호였대요. 연영합은 1830년, 효명세자가 죽은 뒤에 철거됩니다. 홍경민> 효명세자 인증샷 같은 건가? 그런데 왕자의 처소치고는 너무 소박해 보이는데? 이다지> 정조는 검소한 것을 좋아하고, 단청칠도 하지 않은 건물에 주로 기거했는데 효명세자는 정조의 그런 성품까지도 닮으려 했어. 김상진> 그런데 그림만 그린 게 아닌데? 글씨도 있어? 굉장히 친절하게 검은 글씨로 건물의 명칭을 다 썼어요. 심지어 우물 옆에 우물정(井) 이렇게! 임은경> 여러분, 더 놀라운 건, 여기 왕세자의 글씨도 있어요! 동궐도 가운데 상단 백운사(白雲舍) 앞 절벽 바위에 ‘예필’이라면서 시를 한 구 적었는데, 예필은 왕세자의 글씨를 높여 부른 말이거든요. 아마 동궐도가 다 완성된 뒤에 효명세자가 사인을 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MC 한상헌> 동궐도를 ‘효명세자’와 연결해서 보니까 뭔가 비밀이 풀리는 것 같은데요. 자, 여러분, 이제 자리에 앉아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일리야> 나는 창덕궁, 창경궁, 후원 다 둘러보고 너무 넓어서 깜짝 놀랐단 말이야. 이걸 어떻게 한 폭의 그림에 다 담았지? 강아랑> 실제 동궐도에 그려진 동궐은 약 32만 평! 여의도공원보다 더 크더라고. 동궐도는 이걸 6만분의 1로 축소해서 그린 거래. 홍경민> 그러니까 이건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지도의 기법이 들어간 거 아냐? 실제 재서 그리고, 똑같이 그리고.. 김상진> 나는 재미있었던 게 동궐도에 서양화법이 보이더라고. 그림을 보면 항공샷으로 찍은 것 같잖아. 서양에서 주로 사용되는 원근법, 평행사선부감도법이란 건데 르네상스 시대에 체계화된 투시 원근법이 동궐도에서 보인다는 것도 감상포인트 같아! 이다지> 일제강점기 지나면서 건물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지만 동궐도를 통해 당시 정확한 건물 배치 파악, 다시 복원하는데도 귀중한 자료로서 가치. 창덕궁 세계문화유산 지정에도 영향을 미쳤대. 그런데 여러분,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 동궐도가 하나가 아니라는 거야!?? 이다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동궐도와 똑같은 게.. 두 개가 더 있어. 총 세 개를 만들었어. 박성광> 정말? 이걸 세 개나 만들었다고? 똑같은 걸? 이런 노가다를 세 배로 했단 거야? 대애박! 홍경민> 아하! 그래서 아까 책 제목이 동궐도가 아니라 동궐도인이라고 쓰여 있었구나? 박성광> 그게 왜? 뭣이 중헌디? 홍경민> 조선시대 책 보면, 3개 세트는 천지인, 4개 세트는 춘하추동 이런 이름을 붙인다고 들었어. 그럼 동궐도는 원래 삼쌍둥이라는 건데, 나머지 동궐도천, 동궐도지는 어디에 있어? 강아랑> (동아대, 고려대 두 개만 존재) 고려대에 있는 게 동궐도인이고, 또 하나는 동아대에 있는데 병풍으로 만들어서 동궐도천이나 동궐도지로 추정, 동아대, 고려대 둘 다 99.9% 똑같대. 둘 다 국보 제 249호로 지정됐고. 그런데 나머지 하나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야. 이다지> 이게 사실 기록이라도 있으면, 찾을 수 있을 텐데 기록이 정말 하나도 없거든 조선은 기록의 나라라고 하는데도 실록, 승정원일기, 의궤를 다 뒤져도 동궐도에 대해선 한 글자도 안 나와, 정말 미스터리지. 박성광> 아니 왕이 말에서 떨어진 것까지 기록하더니.. 정말 왜 이건 기록을 안 했을까? 도화서 화원들이 그림만 잘 그린 게 아니네 완전 007 첩보 영화를 찍었어. 완벽한 비밀 임무를 위해. 강아랑> 아하! 이런 방법이 있었지! 고려대랑, 동아대가 동궐도를 소장한 경로를 추적하면 나머지 하나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임은경> 그게 저도 궁금해서 직접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소장 경로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전혀 없더라고요. 그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게 동아대에서는 ‘한국전쟁 즈음에 구입으로 소장’ 이 정도가 아는 전부라고 합니다. MC 한상헌> 들으면 들을수록, 동궐도는 정말 비밀스러운 그림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이 어마어마한 대작을 하나도 아니고, 무려 세 개나 그리게 한 효명세자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이다지 선생님, 효명세자 = 박보검, 맞습니까? 이다지>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 실제로 효명세자는 아주 훈남, 꽃미남이었다고 해. 이마가 반듯하고, 눈은 용의 형상이었단 기록이 있어. 그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정조의 환생’이라 불릴 정도로 정조를 닮았대. 김상진> 정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동궐도에 숨어 있는 ‘정조 바라기’로 일관된 ‘효명 코드’를 보면 볼수록 야.. 이 정도면 효명세자를 정조의 1호 팬으로 인정해줘야겠단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은 어때? 강아랑> 맞아. 효명세자가 정조를 따라서 자기 처소에 단청칠 안 한 것도 그렇고, 정조 따라 일기도 쓰고, 책도 많이 읽고.. 할아버지 정조를 롤 모델로 삼은 것. 김상진> 오히려 총명한 효명세자에겐 우리 할아버지 때만 해도 안동김씨의 세상은 아니었다는 게 한 줄기 희망,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더 단호하고, 개혁적이었던 것 같아. 임은경> 맞아요. 효명세자는 무력한 조선 왕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해요. 저는 이 동궐도만 봐도 효명세자의 꿈이 얼마나 컸는지, 얼마나 준비된 왕세자였는지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그가 미완의 군주로 남아 정말 아쉽습니다. MC 한상헌>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비록 미완의 군주로 남았지만, 그의 꿈이 담긴 동궐도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임은경 씨의 <동궐도>, 최후 한마디 들어보겠습니다. 임은경> 오늘 우리가 본 <동궐도>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기 전.. 아름답고 눈부셨던 봄날의 궁궐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동궐도>를 오래도록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년 전 어느 따뜻한 봄날, 박보검 씨처럼 잘생긴 효명세자의 다짐, 꿈, 선언도, 함께 떠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MC 한상헌> 임은경 씨의 <동궐도>, 최후 한마디까지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 임은경 씨께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다음은 어떤 호스트가 어떤 보물을 소개해 줄까요.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2. 오정해 <탁영금> 오정해> 여러분, 거문고란 악기 아시나요? 거문고는요,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수 아이템이었어요. 풍류를 아는 선비 치고 거문고를 못 타는 선비가 없었는데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아주 특별한 거문고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거문고는 좀 이상한 게 있어요. 거문고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죠? 제 손가락 네 개가 다 들어갈 정도로 아주 큰~~ 구멍인데요. 악기에 이런 구멍이 있다는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어쩌다 이런 구멍이 생긴 걸까요? 조선시대에, 거문고를 아주 사랑한 어느 선비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던지 선비는 직접! 거문고를 만들기로 다짐합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거문고가 될 만한 나무를 찾아다녔죠. 그러던 어느 날, 한 노파의 집을 지나다가 눈에 딱 꽂히는 오동나무를 보게 됩니다. 얼마나 좋은 나무였나 싶으시죠? 그 나무는, 다 낡아빠진 문짝이었습니다. 백년도 넘은 아주 오래된 문짝이었어요. 심지어 두 짝 중에 한 짝은 이미 땔감이 된 상태였는데요. 이 문짝으로 만든 악기가 바로, 이 거문고입니다! 그럼 이 구멍은 뭘까요? 문짝일 때 생긴 못 구멍이에요! “내가 원래 문짝이었어” 이런 표식 같은 거죠. 선비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아주 특별한 거문고! 그래서 직접 이름까지 지어줬는데요. 문비금(門扉琴). 문짝거문고라는 뜻입니다. 이 문비금을 타봤더니 소리가 맑고 청아하기 그지없었다고 하는데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선비는 그 마음을 거문고에 시로 새겨 넣습니다. 만물은 외롭지 않으니 마땅히 짝을 만날텐데 백세가 지나도 만나기 어려우나 아아! 이 오동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서로 기다린 게 아니라면 마치 천생배필을 만난 것처럼 거문고를 만난 기쁨을 노래한 선비. 그의 이름은 김일손이었습니다. 김일손은 성종 때 아주 잘 나가던 분이었어요. 최고 엘리트만 갈 수 있는 요직을 두루 거쳤는데요. 거기서 사관으로 일했습니다. 사관이 무엇이냐? 조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사람인데요. 제아무리 왕이어도 “오늘 임금이 이런 잘못을 했다” 제아무리 권세가여도 “그는 천하에 없을 나쁜 놈이다” 잘못한 게 있으면 소신 있게 지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도 윗사람한테 “지금 잘못하신 겁니다” 이런 말 하기 어렵잖아요. 그 시대에는 오죽 했겠습니까. 정말 목숨 걸고 하는 거죠. 이런 두려움을 김일손은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술대로 치듯이 흐트러진 마음을 내리치고! 줄을 누르고 밀어 농현을 만들듯 내 신념, 내 의지를 다집니다. 거문고는요, 사실 다루기가 매우 힘든 악기입니다. 보시는 것보다 줄이 훨씬 더 단단하고 팽팽하거든요. 아마 여기 계신 남자 분들도 5분 이상 힘주고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그런데 왜 굳이, 이렇게 힘든 악기를 연주하려고 한 걸까요? 어려워서요. 거문고는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아주는 엄격한 스승 같은 악기입니다. 이 거문고에는 학이 한 마리 새겨져 있는데요. 두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죠.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신념과 소신대로 살겠다는 뜻입니다. 한 음, 한 음, 마음을 다해 소리를 내며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김일손의 다짐을 새긴 거죠. 하지만 세상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왕이 바뀌었거든요. 바로, 연산군! 조선왕조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잖아요. 바른말만 하는 김일손을 좋아했을리... 없죠! 그러니 목숨 걸고 직언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결국 김일손은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말 한 마리 느릿느릿 한강을 건너는데 떨어진 꽃잎은 물에 떠내려가고 버들은 슬퍼하네 미천한 신하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겠는가 고개 돌려 남산 바라보니 봄은 이미 저물었네 하지만 세상은 김일손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습니다. 연산군은 그를 잡아낼 구실을 찾아 버렸죠. 바로, 김일손이 사관이었을 때 쓴 사초! 원래 왕은 사초를 절대로 볼 수 없지만, 연산군은 금기를 깨버립니다! 김일손이 쓴 사초가 선왕을 능멸하고 왕실을 기만했다며 그를 잡아들인 겁니다! 가혹한 고문이 이어지고, 조정엔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은 김일손이었습니다. 그의 굳은 신념은 대역죄가 되어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능지처사를 당하게 되죠. 그때 그의 나이 불과 서른다섯이었습니다. 100년의 세월 동안 어느 노파의 집을 지키던 문짝은 자신을 알아봐줄 이를 기다렸습니다. 뜻을 펼칠 날을 기다린 김일손 처럼요. 다행히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을 만나 그의 마음을 타는 거문고가 되었지만, 끝내 주인을 잃고 말았습니다. 불운한 시대 속에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김일손의 강직한 삶이 담긴 거문고. 이 거문고에 새겨진 세 글자는 그의 삶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탁 영 금 “혼탁한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김일손의 호, ‘탁영’. 그의 뜻이 담긴 거문고, 탁영금이었습니다. MC 한상헌> 오정해 씨의 탁영금 이야기, 그리고 국립국악원 한민택 연주자의 거문고 연주까지 잘 들었습니다. 묵직하고 깊은 거문고 소리가 마음까지 울리는 거 같은데요. 다들 어떠셨나요? 일리야> 거문고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어보는 건 처음이야 김상진> 줄을 뜯는 악기라는 점에서 기타랑 비슷해 보이지만 거문고 소리엔 공감각이 느껴진다 연주에 따라 다른 배경이 차르륵 펼쳐지는 느낌 박성광> 난 내가 양반이 된 기분. 근데 홍경민 씨는 집에서 많이 듣지 않아? 홍경민> 사실 저는 국악이 낯설지 않아. 아내가 해금연주자라 자주 들어~ 딸한테 해금으로 곰 세 마리 연주해주고~ 박성광> 그 해금 연주에 반해서 결혼하셨잖아. 불후의 명곡에서 같이 아리랑 공연할 때 어쩐지 눈빛이 남다르시더라구~ 근데 나는 줄 타는 악기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더라구 강아랑> 사실 제가 가야금을 좀 배웠는데~ 오 진짜 진짜? / 의외야~ 강아랑> 가야금은 가볍고 맑은 여성적인 느낌. 오늘 들어본 거문고는 묵직하고 웅장한 남성적인 소리. 서양 악기로 치면 첼로랑 바이올린같은 그런 느낌? 홍경민> 그러고 보니 강아랑 씨가 미스 춘향 출신! 그래서 가야금을 탈 줄 아는구나~ 그럼 오정해 쌤이 선배님이시네! 미스 춘향 진 출신이시잖아요~ 오정해> 사실 저도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 거문고 연주는 잘 못해. 하지만 거문고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박성광> 아까 풍류를 아는 선비면 거문고를 탈 줄 안다고 했잖아요. 놀 줄 아는 사람은 다 거문고를 탔다는 건데, 그게 정말입니까? 강아랑> <천상의 컬렉션>하면서 옛 그림 공부를 많이 했는데. 찾아보니까 옛 그림 속에서도 거문고를 찾아볼 수 있었어~ 우리가 <천상의 컬렉션>에서 많이 다루었던 풍속화의 대가! 박성광> 김홍도? 신윤복? 몇 개 그림은 기억 나는데 가물가물해~ 강아랑? 민중의 삶을 그린 김홍도의 풍속화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그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선비들이 모여서 정말로 악기 연주를 하는 그림이 있더라고? 오늘 이 발표를 듣고 나니 그 악기도 거문고가 아닐까 싶은데? 이다지> 맞아, 김홍도의 그림 중에 ‘단원도’라는 그림이 있는데 거문고를 타는 사람이 김홍도고, 옆에 두 선비가 앉아있죠. 손을 살짝 들어서 장단을 치는 분이 ‘정란’이라는 여행가인데, 그분이 훗날 시로 남기길 “김홍도의 거문고 소리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홍경민> 와~ 저는 김홍도가 그림만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거문고도 잘 탔다니! 놀라워~ 거문고 연주하면서 노는 세 분을 보니까 작은 콘서트 같은 느낌이야. 세시봉같은 느낌이랄까? 일리야> 지금으로 치면 기타나 우크렐레 치면서 노래 부르고 노는 것 같다. 세 분이 아주 흥겹게 놀았던 거 같아. 오정해> 맞아요. 노는데 음악이 빠질 수 없잖아요. 옛 그림들을 보면 거문고를 그린 그림들이 꽤 많은데요. 그 중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그림이 있어요. <매화초옥도>라는 그림인데, 이 그림에도 거문고가 있습니다! 박성광> 여기에 거문고가 있어요? 안 보이는데? 오정해> 저기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가슴에 품고 가는 기다란 악기 보이시죠? 그게 거문고에요. 매화꽃 핀 봄날에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모습을 그린 건데, 두 사람이 실제로는 여섯 살 차이였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우정을 나눴다고 해요. 이다지> 이 그림을 보니까 거문고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생각나. 옛날에 거문고의 달인 ‘백아’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연주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었다고 해. 근데 그 친구가 갑자기 죽자, 백아는 스스로 거문고 줄을 끊고 죽는 날까지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백아절현. 홍경민> 내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은 진짜 소중하지~ 제 팬들이 소중한 것처럼♡ 그런데 제가 거문고를 타보진 않았지만 옆에서 봐도 엄청 힘들어 보이거든? 제 아내만 봐도 오랫동안 해금을 연주해서 손가락이 다 굳은살이야... 그 정도로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는 건데 거문고 연주하는 거 엄청 힘들지 않아요? 오정해> 맞아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 되게 멋있게 거문고 타잖아요. 근데 그건 있어 보이려고 그런 거고, 실제로는 정말 있는 힘껏 눌러야 소리가 난단 말이죠. 제대로 안 누르면 손가락 끝이 다 터져요. 그래서 거문고 연주자도 손을 보면 굳은살 투성이에요. 그만큼 연주하기 힘든 악기지만, 공자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거문고를 배우는 건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 거문고는 내 마음을 수양하는 악기라는 거죠. 강아랑> 그래서 아무 때나 거문고를 타선 안 됐다고 해요. ‘오불탄’이라고 해서- 바람이 심할 때, 교양 없는 사람과 어울릴 때, 의관을 갖추지 못했을 때, 앉은 자리가 적당하지 않을 때, 시끄럽고 혼잡한 곳에 있을 때는 거문고를 안 탔다고 하더라구~ 박성광>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언제 거문고 타? 평생 거문고 못타는 거 아니야? MC 한상헌> 꼭 직접 연주하셔야 합니까? 좋은 거문고 연주를 계속 듣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맑아지지 않을까 거문고처럼 혹시 서양에도 마음을 수양할 수 있는 악기가 있나요? 일리야> 파이프오르간을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 성당이나 교회에 가면 볼 수 있는 악기인데, 오르간 한 대로 수백 가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신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악기’라고도 해. 그래서 오르간 소리가 영혼을 치유하는 소리라고 여겼어 평생을 의료 봉사에 바친 슈바이처 박사도 아침에 일어나면 오르간 연주를 했다고 해. 강아랑> 아마 음악으로 드리는 기도가 아니었을까~ 자기 수양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거문고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거 같아 일리야> 근데 이 거문고는 정말 특별한 게, 세상에 하나뿐인, 커스텀 메이드(custom-made)가 아닐까. 시도 새기고 학도 새기고 뭔가 많은 거 같은데? 이다지> 사실 선비들이 학을 거문고에 많이 새겼는데. 학과 거문고에 얽힌 이야기 때문이야.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이 만들었다고 해. 왕산악이 거문고를 타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췄다는데, 그래서 검을 현에 학 학- 현학금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어. 이런 설 때문인지 거문고는 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악기로 여겨졌어. 김상진> 탁영금은 정말 보기 드문 거문고인거 같아. 시도 새겨져 있고, 학 그림까지 그려진 걸 보니까 문학과 그림에 음악까지 더해진 종합예술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강아랑> 게다가 탁영금은 현존하는 거문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거문고! 김일손이 1490년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럼 탁영금은 무려 52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거문고야 일리야> 520년 전이면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보다 훨씬 더 일찍 만들어진 거야~ 나무로 만든 악기가 이렇게 오랫동안 잘 보존됐다는 게 놀라워~ 홍경민> 근데 난 탁영금이 젤 신기한게 문짝으로 만들었다는 거! 어떻게 문짝으로 거문고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박성광> 돈이 없어서 그랬나? 너무 가난해서... 일리야> 이왕이면 재활용하면 좋잖아~ 어차피 낡아서 버리려고 했던 문짝이니까 아까워서 그런게 아닐까? 박성광> 그래, 아나바다처럼!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이다지> 그건 아니고~ 원래 거문고를 만드는데 으뜸인 게 오동나무야. 근데 비옥한 땅에서 편안하게 잘 자란 오동나무는 좋은 재료가 아냐. 그럼 어떤 오동나무일까? 바로, 바위틈에서 자라다가 스스로 말라죽은 오동나무! 석상자고동(石上自故桐) 이라고 하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무가 단단하고 강해져 깊고 맑은 소리가 나는 것. 김일손이 문짝 오동나무를 고른 것도 그런 이유 아니었을까? 100년 넘은 문짝이면 수천, 수만 명의 손때 묻은 나무니까~ 강아랑> 그 말을 듣고 보니 이 거문고가 더더욱 특별하면서도 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김일손도 탁영금을 연주하면서 자기 마음을 닦고 또 닦았을 거 같아. 그런데 시대를 잘못 만나서... 하필이면 연산군이 왕이 되다니! 박성광> 맨날 술먹고 기생들이랑 흥청망청 놀았던 왕 아니에요 이다지> 그 흥청망청이 연산군 때문에 생긴 것 알고 있나? 연산군이 뽑은 기생들 중에 예쁘고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여자들을 흥청이라 불렀거든 연산군이 흥청들과 놀다가 망했다는 뜻에서 흥청망청 홍경민> 근데 아무리 연산군이 막나가는 왕이라 해도 사초까지 보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니야? 전에 공형진씨가 ‘정태제 사초’ 소개했던 거 기억나는데 사초는 왕도 볼 수 없는 거라고 했거든~ 이다지> 맞아. 그래서 대신들도 사초를 보면 안 된다고 했지만 연산군을 말릴 순 없었어. 이 사초 때문에 무오사화의 비극이 시작된 건데, 사초를 쓴 사관들이 희생됐기 때문에 선비 사(士)자 대신 역사 사(史)자를 써서 무오사화(戊午史話)라고도 해 강아랑> 김일손은 자기 소신대로 정직하게 글을 썼을 뿐인데 그 사초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게 너무 억울한 죽음 같아. 김일손이 죽었을 때 고향 냇물이 3일 동안 핏물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어. 그래서 자계천(紫溪川)이라고 부른다고. MC 한상헌> 끝까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선비 김일손과 그의 거문고 탁영금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이제 오정해 씨의 최후의 한마디 들어볼까요? 오정해> 불운한 시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김일손처럼, 지금도 탁영금은 흐트러진 마음을 술대로 치고 바른 정치의 꿈을 농현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김일손의 거문고, 탁영금이었습니다. MC 한상헌> 오정해 씨의 <탁영금> 최후 한마디까지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 오정해 씨께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이제 오늘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줄 보물이 남았는데요. 어떤 보물인지, 바로 만나보시죠! 3. 서경석 <마도 3호선> 서경석> 우리 한반도에도 버뮤다 삼각지대 못지않은 악마의 바닷길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마도해역! 이곳의 물길이 얼마나 세고 험난했으면, 어려울 난, 다닐 행,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불리던 곳인데요. 하도 사고가 많으니까 안전하게 지나가라고 안행량(安行梁)이라고 이름까지 바꿀 정도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초기 60년의 기록만 살펴봐도 이곳에서 사라진 배가 2백 척에 달합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하죠? 아니, 왜 보물 이야기는 안하고 자꾸 바다 이야기를 하나 싶으시죠? 사실 오늘 제가 소개할 보물이 아직, 그 바다 속에 있거든요... 오늘의 보물은 보시다시피 뱁니다. 그것도 침몰한 배! 길이 12미터, 너비 8.5미터, 깊이 2.8미터의 짐을 실어 나르던 고려시대 화물선인데, ‘마도’ 해역에서 발굴한 ‘세 번째’ 배라서 ‘마도 3호선’이라 부릅니다. 3호! 그럼 1, 2호가 있단 얘기겠죠. 그런데 제가 오늘 왜 3호선을 이야기할까요? 그건 3호선이 조금 더 특별해서 그렇습니다! 사실 마도 1, 2호선은 일찌감치 건져냈습니다. 지금 박물관에 가시면 흔적들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3호선은요, 2011년에 발굴되었는데 지금까지 6년 넘게 바다에 잠겨있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시죠?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도 3호선의 선체 대부분은 아직 바다 속에 있습니다만 선체 일부와 유물들은 인양을 했습니다. 화물선이었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실려 있었겠죠? 자 마도 3호선에서 어떤 것들이 나왔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아 이게 뭐죠? 뼛조각만 한 가득이네요. 자세히 보니까... 밴댕이 아래턱뼈입니다! 이게 왜 이렇게 많이 나왔을까요? 네, 바로 젓갈입니다. 밴댕이 젓갈이 실려 있었던 거죠. 신기하긴 한데, 좀 실망스럽죠. 자, 다음!은... 사슴뿔이네요. 예나 지금이나 녹용은 역시 인기품목이에요. 아하, 이건 좀 특별해 보이는데요? 대나무 바구니로 고급스럽게 포장한 여기서는~ 상어 뼈가 나왔습니다. 상어고기를 공들여서 포장했는데 살점은 다 물고기 몫이 돼버렸네요. 그리고 또~ 이건.. 볍씹니다. 고려 사람들도 밥은 먹었겠죠. 아... 근데 이게 뭔가요? 햐아~ 이건 쥐의 유골입니다. 쌀 좀 배불리 먹을까 하고 들어왔다가 배와 함께 수장된 비극적 운명의 쥐인 거죠. 밴댕이 젓갈, 녹용, 상어고기, 쌀에 쥐 유골이라... 좀 시시한가요? 사실 ‘마도 3호선’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건데요. ‘목간’이라는 겁니다. 지금으로 치면 택배 받을 사람과 택배 물품을 나무막대기에 기록한 운송장 같은 겁니다. 누구한테 가던 택배였는지 볼까요? 사심 김영공 주택상(事審金令公主宅上)! 김영공이란 사람한테 보낸 겁니다. 그런데 이 김영공이란 사람은요, ‘노비’출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추측이 가능하죠. 노비들이 쌀밥에 상어고기를 밴댕이 젓갈에 찍어먹고 후식으로 녹용도 다려 먹고 힘내서 열심히 일하라고 보냈다? 아닙니다. 여기서 영공은 이름이 아니라, 고려시대 왕의 아들 정도 돼야 붙여주던 아~주~ 높은 존칭이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노비 출신에게 영공이란 존칭이 붙었을까요? 영공이란 불린 노비는 바로 김 준이라는 사람인데요. 김 준은 고려의 무신정권 확립기를 이끈 최 씨 집안의 노비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활을 잘 쏘고 영특했는지 무관으로 신분 상승이 됩니다. 하지만 김 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기가 주인으로 모시던 최씨 정권을 무너뜨리고 고려의 최고 권력자 자리까지 오릅니다. 영공이라는 존칭이 붙을 정도로 엄청난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더욱 의문이 생깁니다. 당시 고려 최고의 권력자에게 가던 배안에서 고려청자 조각 하나 보이질 않아요. 혹시 수백 년의 세월에 다 쓸려나가 버린 걸까요? 마도 3호선에서 발굴된 총 서른다섯 개의 목간과 여러 흔적들을 분석해보면 앞서 말씀드렸던 밴댕이 젓갈 외에 홍합, 전복 젓갈 등 수십 항아리의 각종 생선 젓갈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준 어르신이... 힘들었던 노비 시절의 아련한 기억 때문에 서민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는 젓갈 마니아였던 걸까요? 역시 아닙니다! 고려시대에는 젓갈이 아주 귀한 음식이었어요. 기본적으로 해산물이 귀했고요, 몽골의 침입으로 왕이 강화도로 피난가면서 귀족들이 소금생산을 독점하는 바람에 소금 가격이 껑충 뛰어버렸습니다. 귀한 생선과 조개에 값비싼 소금을 팍!팍! 친 젓갈을 수십 항아리씩, 그것도 수~십일 씩 걸리는 뱃길을 통해 집까지 배달시켜 먹을 수 있었던 건, 김준이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상한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생생한 고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 이 목간. 이 목간의 글씨는요, 대나무에 붓으로 쓴 거예요! 그리고 배의 선원들이 여가시간에 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기알의 이 글씨! 이것도 붓으로 쓴 겁니다. 아니, 바다 속에서 750년 동안 잠겨있었는데 어떻게 지워지지 않았을까요? 사실 밴댕이 뼈도, 볍씨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썩지 않고 남아있었을까요? 비밀은 바로 ‘마도해역’에 있습니다. 마도 3호선은, 침몰 후 서해바다 특유의 깊은 뻘에 뒤덮였습니다. 뻘 안에서 완전한 진공상태가 된 덕분에 아주~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워낙 상태가 좋아서, 분해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하기 위해 물건만 건져내고 다시 배를 뻘로 덮어둔 상탭니다. 이것이 바로 처음에 말씀드렸던 ‘마도 3호선’이 아직 바다에 잠들어 있는 이유인거죠. 고려시대의 어느 날, 한 척의 배가 여수를 출발했습니다. 목적지는 강화도 김영공의 집. 배에는 귀한 젓갈과 말린 생선, 녹용과 같은 공물들로 가득했습니다. 선원들은 조약돌로 만든 장기를 두고 있었고, 구석에선 쥐가 낟알을 훔쳐 먹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대 최고 권력자에게 향하던 화물선은 풍랑에 휩싸여 바다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750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러분, 생생한 고려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마도 3호선> 이었습니다! MC 한상헌> 난파선 유적은 발견하면 인양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체가 온전해서 일부러 바다물속에 보관 중인 <마도 3호선> 같은 보물선도 있군요. 가장 신기한 것은 정말 750년 전 목조선과 젓갈의 흔적 등이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될 수 있었을까? 서경석> 마도 3호선이 발견된 지역은 수심은 낮고, 바닥은 갯벌로 이루어져 있다. 암초를 피하지 못했거나, 폭풍우를 만났든, 어쨌든 마도 3호선이 이렇게 침몰하고 난 뒤. 그 위에 갯벌이 켜켜이 쌓이고 눌려 일종의 진공상태가 된다. 덕분에 나무를 갉아먹는 미생물이나 곤충들이 살 수가 없다. 덕분에 750년 동안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거다. 좀 전에 뻘의 기능 이야기 했죠? 뻘이 덮히면 미생물이나 바다생물 살지 못해서 배가 온전히 보존. 그래서 일부러 덮어둔거야. 언젠가 온전하게 인양될 날을 기다리면서 참고 : 난파선이나 유물이 해저 표면에 살짝 노출되어 있어야 잠수 조사로 발견 가능. 갯벌속에 완전히 묻혀있으면 조사 어려움 홍경민>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마도 해역에 사고가? 이름부터 뭔가 이상해. 마의 해역. 마도 해역... 왜 이렇게 마도해역에서 유독 사고가 많이 난걸까? 강아랑> 명량대첩으로 알려진 진도 울돌목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 서해에선 가장 유속이 빠르고 위험한 곳이 바로 마도해역! 조수간만차가 심하고, 해안선은 복잡하지, 바다 유속변화 심해서 항해 어려웠을 것. 봄부터 여름은 안개도 짙게 덮여있는 날이 많아. 일기예보도 없던 시기, 얼마나 위험했겠어. MC 한상헌> 천상의 컬렉션에서도 만나봤던 신안선 기억난다. 그때 만해도 도굴범들까지 데려와서 바다에 잠긴 유물 위치 확인하고 그랬잖아. 그런데 마도 3호선은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나? 게다가 뻘 속에 묻혀있었는데. 서경석> 그런데 누가 뭐래도 유물발굴의 최대 공신은 어부들. 어부들이 쭈꾸미 잡다가 청자 발견하고, 고기 잡으려고 그물 던졌는데 청자 딸려나오고 그랬던거야. 유물이 유독 많이 나오니 그 일대를 조사하다 마도 1,2,3호를 1년 안에 거의 한꺼번에 발견한거지. 김상진> 와... 1년안에 다 찾았다고? 유독 마도해역에서 배들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가? 강아랑> 마도해역 근처에 서해안 간척사업들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 조류가 바뀌고, 해저에서 뻘들이 서서히 씻겨나가고 있기 때문이야. 더불어 해수면도 10미터 미만인 곳도 많아서 난파선 흔적들 많이 찾을 수 있었던 것. 박성광> 그럼 계속 뻘들이 쓸려나가면 배들을 더 많이 보는건가. 홍경민> 아.. 이게 잘된거라고 해야할지. 걱정된다고 해야할지. 뻘이 얕아진 덕분에 우리는 고려시대 배를 발견하고... 일리야> 마도선 이야기 들으니까 생각난 배가 있어요. 몽고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러시아 장군의 이름을 딴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원래는 보물선이 아니라 전함. 1904년 러일전쟁 때 활약. 그러나 니콜라이 2세가 보낸 군자금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일부러 침몰시킴. 배 안에 남은 군자금이 현재 가치로 150조원이 될거라고 추산한다더라. 홍경민> 와 세상에. 150조원? 아직 울릉도 바다에 있어? 왜 발굴 작업 안하는거야! 얼른 꺼내야지!! 일리야> 추진하려다 중단되었다고 한다. 아직 비용문제와 국제법 문제 등이 있어서 어렵다. 김상진> 우리도 마도3호선 아직 건져내지 못하고 있잖아. 마도3호선도, 돈스코이호도 빨리 건져낼 수 있으면 좋겠네. 기대된다. MC 한상헌> 바다 밑에 참 다양한 사연들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바다야 말로 참 천의 얼굴. 다양한 모습. 이렇게 난파선들이 발견되는거 보면 사고가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마도해역 꼭 지나가야만 했나? 서경석> 곡창지대인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여길 삼남지역이라고 하죠? 여기에서 개경이나 한양 같은 수도로 물건을 실어 보내려면 마도 해역을 필수적으로 지나야했다. 박성광>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점! 그렇게 사고가 많았다면 육로로 다니면 안돼? 아니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좀 먼 바다쪽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 단축보다 사람 목숨이 더 중하잖아... 이다지> 우리나라 70퍼센트가 산지. 육로 매우 비효율적,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로를 이용했어. 국내 화물 이동은 이동하는 배 안에서도 육지나 섬이 보이는 연안 항로로만 다녀야했는데 이 바다길 벗어나다가 자칫 바람을 잘못타면 해류 따라 멀리가서 돌아올 수 없거나 난파 가능성. 그리고 중간에 식수나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서도 섬이나 육지가 눈에 보이는 위치에서 항해했다. 김상진> 피할 수 없는 길이었던거네. 그래도 이렇게 사고가 잦으니, 뭔가 해결책은 끊임없이 내놓지 않았을까? 서경석> 고려, 조선 왕실도 마도해역의 사고가 큰 골치거리였어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한 국운을 사업 시작! 태안반도 길목을 가로지르는 7km의 운하 시도! 고려인종 12년부터 조선 현종 10년까지 535년간 굴착.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철수, 또 다시 해보려다가 실패하기를 반복. 끝내 미완성. 화강암반 지역이라 당시로선 기술도 부족했고. 공사때 군인과 민간인 수천명 동원했다는 기록있다 지금도 만들다 만 굴포운하 흔적 남아있어. 홍경민> 뭐? 535년? 아니... 안되면 때려쳐야지 그렇게 긴 시간동안 운하공사를 해야 했던 이유? 이다지> 곡식이 바로 세금. 왕조를 지탱하는 힘. 관리들 녹봉, 군자금, 궁궐 비용 등 국가로서 모습을 유지하는 중요한 미곡 조달. 조운선 침몰이 곧 국가 자체가 마비될 수 있음. 조선초 전국 거둬들인 세곡 한해 10만석이었다고. 그런데 그렇게 마도해역에서 조운선 침몰사고 잦으니 해결책 필요했겠지. 강아랑> 우리나라는 곡창지대와 수도와의 연결성 때문에 해로로 이렇게 이동했는데. 러시아는 어때? 땅이 어마무시하게 크잖아. 저렇게 곡식이나 특산물로 세금을 내던 시기엔 정말 큰일이었겠다. MC 한상헌> 그런 사연이 있었네. 목간이라는 유물을 발굴해서 마도3호선이 누구에게 가는 배인지, 어디로 가는 배인지 알 수 있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박성광> 나는 화물수취인 김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름도 왠지 좀 있어보여. 노비 이름이 김준. 그래도 노비였는데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을까? 서경석> 활을 잘 쏘아서 무신으로서 인정. 처음에는 경호 역할. 점점 입지 굳혀가. 김준은 베푸는 거 좋아하고 날마다 술을 그렇게 마셨다고. 그래서 젊은 군인들 사이에서 인기짱. 그렇게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김준을 보고 어느 중이 ‘이 사람이 뒷날에 반드시 국권을 쥘 것이다’ 예언도 했대. 홍경민> 왕도 아닌데 예언까지? 대단했구나 이다지> 권력을 잡고 있던 최씨 일가도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김준을 경계했어. 그래서 김준이 먼저 선수친 것. 쿠데타 성공이었고. 그런데 10년 천하. 그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사리사욕 채우고... 반대세력 생겨난거지. 결국 김준도 자신을 아비라 부르며 따르던 임연한테 숙청당해. 강아랑> 허. 노비에서 최고 권력자로서 입지전적 인물인데. 결말은 허무하네. 엄청 힘들게 올라간 자리였을텐데. 홍경민> 그래서 높은 자리 올라가면 어려웠던 시절 잊어버리면 안돼. 인기 있을 때 어려웠던 시절 잊어버리면 안되듯이. 겸손해야해 MC 한상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던 김준에게 가는 배였다. 왕에 못지않은 권력자에게 갔다고 해서 뇌물이나 보물을 기대했는데 막상 배 안에 있는 물건들은 참 소소하고 일상용품들이란 느낌이다? 서경석> 김준 집에서 직접 먹고 쓸만한 물건들을 보낸 거 같아. 항아리 속 젓갈들의 흔적 보존이 너무 잘되어 있어서 젓갈로 담가 먹었던 생선들을 알 수 있었지. 마도3호선엔 홍합, 전복, 밴댕이 뿐 아니라 청어, 전어, 조기도 발견됐어. 홍경민> 사실 평소 젓갈 즐겨먹어서 그런지, 재미있긴한데 이게 귀하다는 느낌 못받았어. 고려시대의 젓갈이란 어떤 의미? 강아랑> 지금이 아니라 그 당시 기준으로 생각해야겠지? 고려시대 땐 젓갈 정말 귀했다. 소금도 정부에서 생산 유통 제한. 소금도 나무를 때서 생산. 서경석씨도 이야기 하셨지만, 김준이 권력을 잡고 있던 그 시기엔 소금 유통이 어려워서 더 귀했고. 어업도 연안 해역에서만 이루어져 해산물이나 어패류 수도 그리 많지 않았어. 현대 기준에선 흔해 보여도 당시로선 신경 써서 보낸 진상품. 박성광> 일리야씨, 여기 계속 젓갈 이야기 하는데,러시아도 해산물 많이 먹잖아. 일리야 씨, 러시아도 생선을 우리 젓갈처럼 소금에 절여서 먹기도 해? 일리야> 일상적인 음식은 아니다. 러시아 북쪽 추운 지역에선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만드는 음식이 있다. 그걸 삶거나 굽는, 조리 과정 없이 그냥 먹는다. 그런데 내가 살던 곳에서는 본적은 없다... 혹시 가난한 사람들이 먹거나 식량이 별로 없는 척박한 지역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었는지? 그런 음식을 권력자한테 보냈다니 신기하네. 홍경민> 김준이 못 먹은 덕분에 우리는 그가 평소 뭘 먹었는지 알게 되었네 뭐 고려 귀족이 된 기분 느끼려면 오늘 저녁에 젓갈 종류별로 쫙 놓고 먹음 되는건가? 홍경민> 장기알도 인상적이었다. 고려시대 때도 장기 뒀구나. 이다지> 장기알은 선원들의 생활공간에서 발견됐다고 해. 우리나라에 장기가 유입된 시기를 고려시대로 보는데 마도3호선 덕분에 그 시기 선원들까지 즐길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는걸 알게 된거야. 강아랑> 고려시대 선원들이 장기 뒀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혹시 다른 유물들은 없는지? 서경석> 빗 두 종류가 많이 나옴. 얼개빗 참빗. 다들 헤어스타일에 신경 많이 썼던 게지. 물론 위생적인 목적도 있었을 거다... 보름 이상 배에서 지내야했잖아. 박성광> 마도3호선이 김준한테 가지 못하고 침몰한 거잖아 요즘 내 취미. 택배 아저씨 만나는 건데. 택배 아저씨가 들고 오는 상자 세상 가장 반갑~ 배송기간 15일에서 20일이나 걸리는 귀하디귀한 택배가 분실된 거잖아. 아이고 아까워... 홍경민> 아직 어딘가에 그거 있지 않을까? 거북선... 이다지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다지> 맞아. 거북선도 다 기록으로만 있고. 우리가 본건 옛문헌의 것을 재현한 거라고 하잖아. 거북선 침몰한 전투들이 벌어진 해역부터 찾아봐야.. 어딘가에 마도3호선처럼 숨어 있는 거 아닐까? 김상진> 그렇네. 해양 유물 발굴 장비나 기술도 좋아지고 있고 그럼 우리는 그때 당시 전투에 나오던 거북선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겠다! MC 한상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언젠가는 과거의 역사가 될텐데요. 과연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보물이었습니다. 서경석 씨의 <마도 3호선>! 최후의 한마디 들어보겠습니다!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이야기가 갯벌이라는 타임캡슐 안에서 750여 년을 잠들어 있다 나타났습니다.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여 보태거나 빠뜨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역사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죠. 고려청자 한 점, 금붙이 하나 발견할 수 없었지만 750년 전 그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마도 3호선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보물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MC 한상헌> 서경석 씨가 소개한 <마도 3호선> 최후 한마디까지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 서경석 씨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이제 호스트 세 분의 무대가 모두 끝났습니다. 여러분, 어떠셨나요? 재미 있으셨나요? 오늘 우리가 만난 세 개의 보물은 효명세자의 빅 픽쳐 <동궐도> 탁영 김일손의 거문고 <탁영금> 바다 속 타임캡슐 <마도 3호선>이었습니다. 자! 이 주의 천상의 컬렉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00분의 현장평가단 여러분! 마음의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오늘 만난 세 개의 보물 중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의 번호를 누르고, 옆에 있는 불을 밝혀주시면 됩니다. 천상의 컬렉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에 불을 밝혀 주세요! 세 개의 보물 중에서 하나를 결정하는 게 고민스럽겠지만 이제는 결정해 주셔야할 땝니다. 집계 중에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고요. 그리고 이미 번호를 누르신 분들이라고 하셔도 다시 한 번 해당 번호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자, 100인의 현장평가단의 투표가 모두 완료됐습니다. 그럼 이제 세 분의 호스트를 무대 위로 모셔볼까요? 호스트 세 분 나와주세요! 천상의 컬렉션에서 멋진 보물을 소개해 준 세 분의 호스트를 무대 위로 모셨습니다. 자, 그럼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 오른 보물은 무엇인지, 바로 확인해 봐야겠죠? 100분의 현장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보물! 최종 결과 보여주세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에는 호스트 OOO씨의 OOOO가 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등 하신 OOO 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주의 천상의 컬렉션엔 오르진 못했지만 멋진 무대 준비해 주신, 두 분의 소감도 들어봐야죠. OOO 씨, 어떠셨나요? 오늘 천상의 컬렉션과 함께 한 여섯 분의 패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참여한 패널 분들 소감도 궁금한데요. 일리야 씨는 어떠셨나요? 오늘 함께 해주신 현장평가단 여러분 감사합니다. 100분의 현장평가단의 투표로 이번 주 천상의 컬렉션에는 호스트 000의 00000가 선정되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불을 밝혀 줄 단 하나의 보물! 단 하나의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천상의 컬렉션이었습니다.

내용: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보물, 천상의 컬렉션! 우리 문화재도 애정을 가지고 오래, 자세히 보았을 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 기적처럼 전해진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 그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를 호스트의 생생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살펴보고,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을 선정한다. 배우 임은경이 소개하는 '동궐도' 배우 오정해가 소개하는 '탁영금' 개그맨 서경석이 소개하는 '마도 3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