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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16강 조선의 지도

영상 대본 펼치기 닫기: 안녕하세요! 큰별쌤 최태성입니다. 먼저 퀴즈를 볼까요. Q.다음 지도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끼리 묶인 것은? ㉠최초로 백리척을 사용하였다. ㉡10리 마다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산맥, 하천, 포구, 도로망의 표시가 정밀하였다. ㉣다섯 개의 주요 도와 두 개의 군사 구역인 양계로 나누었다. 지도에 관한 퀴즈네요. 요즘에는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처음 가는 곳도 척척 찾아갈 수 있어요.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옛날에는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았겠죠. 갑자기 이런 궁금증이 생기네요. 옛 지도를 들고 오늘날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옛 지도를 들고 시간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여러분 현재 알려진 우리 옛 지도는 몇 개나 될까요? 열 개? 백 개? 무려 1200개가 넘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지도 몇 개를 볼게요. 먼저 조선 초기의 지도를 살펴보죠. 새로운 왕조 조선이 건국되면서 조선 초기에는 많은 지리적, 지역적 변화가 있었어요. 조선 건국의 주역들은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기고, 새로운 수도를 중심으로 전국의 지역구조망을 만들기 위해 행정구역을 개편했죠. 상세하고 정확한 지도와 지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게다가 고려시대에 비해 중앙집권제가 강화되었으니까 각 지역, 각 지역의 주민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어요. 이런 배경이 지도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말하자면 지도는 지방을 통제하려는 중앙집권정책의 한 방법이었던 거죠. 지방에는 누가 있지요? 사족이 유향소, 서원, 향약을 통해 세력을 펼치고 있잖아요. 지도를 보면 군과 현이 아주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지방에서 누가 대든다 싶으면 그놈이 어디 사는지부터 알아야 했겠죠. 태종 집권기인 1402년 이회가 <조선팔도도>를 그렸고, 그로부터 석 달 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만듭니다. 거 참 이름 한 번 길지요? 이름을 풀어보면 ‘온 세상을 아울러서 만든 지도’라는 뜻입니다. 즉 세계지도예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1402년에 그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라는 점에서 그리고 현존하는 동양 최고의 세계지도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1402년 제작한 원본은 국내에 없고, 임진왜란 중에 가토 기요마사가 일본으로 가져가서 현재 일본 류코쿠 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 원본을 에도시대에 본 뜬 복사본 역시 일본 덴리 대학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요, 아프리카도 있고 아라비아 반도도 있고 유럽도 있어요. 비록 왼쪽에 난쟁이처럼 작게 그려져 있지만요. 반면 중국은 가운데에 거대한 땅덩어리로 묘사됩니다. 그 오른쪽에 있는 중국에 버금가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고요. 그 아래쪽으로 왜소하게 박힌 섬이 일본이죠. 중화사상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 같지요. 우리나라를 크게 그렸다는 데에서 자주적인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요. 그런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보면 현재의 세계지도와 비교해서 유독 다른 곳이 있어요. 바로 인도예요. 언뜻 생략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중국의 서쪽 옆에 그 윤곽이 보이죠. 그리고 ‘축국(竺國)’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요 인도가 대륙에 붙어 있는 것처럼 표기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지도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를 보면, 인도가 마치 반도가 아닌 대륙의 일부처럼 그려져 있죠. 그리고 이 지도의 영향을 받은 아라비아 지도에도 인도가 대륙의 일부로 그려져 있답니다. 이것은, 그리스의 세계지도가 아라비아로 전해지고, 아라비아의 지도는 다시 중국을 거쳐, 600년 전 조선에 전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또 다른 특징은 사각형으로 그려졌다는 것인데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세계관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조선은 왜 이런 세계지도를 만들었을까요? 지도 아래쪽에 쓰여 있는 글을 보죠. ‘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 대개 지도를 보면 지역의 멀고 가까움을 알게 되니,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바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 지도를 만든 겁니다.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고요, 나라를 다스리거나 긁을 읽을 때 참고할 지명을 한 지도에 모두 모아놓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던 거죠. 그렇다면 세계가 아닌 우리나라 8도를 그린 전국지도에는 뭐가 있을까요? 태종의 팔도도가 있고요, 세조의 동국지도가 있습니다. 팔도도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 조선부분을 의미합니다. 1402년 이회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만들기 전에 조선을 그린 지도가 팔도도인 거죠. 그런데 「팔도도」는 조선이 아닌 고려의 행정 구역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고려 때는 전국을 다섯 개의 주요 도와 두 개의 군사 구역인 양계로 나눴거든요. 팔도도는 고려 때의 지도를 보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조 때 그린 「동국지도」를 볼게요. 「동국지도」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지도였어요. 동국지도를 만든 정척은 풍수지리를 잘 아는 지관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실측을 했는데 삼각산 보현봉에 올라가서 서울의 산과 물길을 보고 자세히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동국지도를 그리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자그마치 10년이라고 합니다. 1454년부터 지도를 편찬하기 시작해서 1463년에 비로소 완성한 거죠.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은 오늘날의 윤곽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지만 북쪽 지방은 납작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동국지도는 안타깝게도 남아있지 않아요. 하지만 이 동국지도의 모습을 헤아릴 수 있는 지도가 있으니 명종 때에 율곡 이이를 비롯한 12명이 참여해 제용감에서 만든 전국지도가 바로 조선방역지도예요. 조선방역지도는 동국지도를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세로 61㎝, 세로 132㎝의 크기에 3단 형식으로 되어있는데요, 현존하는 우리나라 지도 중에는 가장 오래된 지도로 국보 제248호로 지정돼 있어요. 어? 대동여지도는 국보가 아니냐고요? 대동여지도는 가장 유명한 지도이지만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국보는 아닙니다. 이제 조선 후기에 제작된 지도들을 볼게요. 조선후기에는 상업이 발달했잖아요. 상인이 돌아다니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지도가 있어야 하잖아요. 또 각 지역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 뭐고 여관은 어디에 있는지 등 실용적인 정보도 필요하고요, 그렇죠? 1757년 정상기가 동국대지도를 그립니다. 그동안의 지도들이 가지고 있던 아쉬움을 뛰어넘은 최초의 지도죠. 정상기가 처음 이 지도를 만든 이후 후손 4대에 걸쳐 더욱 정교해지고 널리 퍼졌어요. 아마 4대에 걸쳐서 지도를 제작한 일은 조선에서는 유래가 없는 일일 겁니다. 지도를 보면, 동쪽, 남쪽, 서쪽의 윤곽선이 지금과 거의 비슷하죠? 무슨 비법을 쓴 걸까요. ‘백리척’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백리척’이 뭐냐면요, 실제 지형의 험난함과 평편함을 따져서 거리를 다시 정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상기는 어떤 식으로 계산했냐면, 평야는 1000리를 1척으로 삼았고, 산은 험한 정도에 따라 120~130리를 1척으로 계산했어요. 이렇게 동국대지도는 최초로 축척을 표기했다는 역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당시 영조가 동국대지도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내 칠십 평생 백리척을 쓴 지도는 처음 본다. 우리 지형에 딱 맞는 지도다. 그러니 정상기의 지도를 모범으로 삼도록 하라.”라고요. 실제로 동국대지도 이후로 조선의 지도는 모두 백리척 방식을 씁니다. 그렇게 또 유명한 지도가 나오죠. 바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는 가장 정밀하고 가장 편리한 지도예요. 널따란 종이를 돌돌돌 둥글게 말거나 차곡차곡 접어 한 권의 책처럼 만들 수 있죠. 손에 잡히는 책이 스물두 권인 셈입니다. 이 한 장 한 장을 목판으로 팠다는 게 중요하죠. 그 노력이 굉장했겠지만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동여지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굵은 선은 우리나라의 산줄기입니다. 가늘고 구불구불한 선은 강이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요, 눈금과 부호들이 보이죠. 길에는 점 표시가 있는데요, 대강 꾹꾹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점과 점 사이가 10리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두 칸은 20리, 다섯 칸이면 50리, 열 칸이면 100리겠죠. 점은 일정한 간격으로 찍은 게 아니라 평지에서는 넓게 산에서는 좁게 찍었어요. 그래서 점과 점 사이의 간격만 보고도 길이 평탄한지, 아니면 험난한지 알 수 있죠. 이렇게 여러 가지 지리 정보가 잘 표시돼 있어서 대동여지도만 있으면 지금도 웬만한 큰 길은 찾을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대동여지도는 길을 찾는 데만 요긴한 게 아닙니다. 지도를 보면 네모, 동그라미 같은 기호들이 있는데요 무엇을 의미할까요. 네모는 ‘진보’라는 군사시설이고요, 동그라미는 ‘읍치’라는 지방도시를 뜻해요. 동그라미 가운데 선이 그어져 있으면 말을 바꿔 타는 역참이 있다는 의미였어요. 그러니까 대동여지도에는 행정관청뿐만 아니라 군사시설, 역참까지 중요한 시설들에 관한 정보도 담겨있다는 겁니다. 부호는 현대 지도에서도 볼 수 있잖아요? 조선시대에 이미 부호를 사용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1898년에 일본군이 조선을 침략하려고 몰래 지도를 만든 일이 있었는데요 무려 50~60명의 전문가들이 200~300명의 인원을 동원해서 조선의 지도를 만들었죠. 대동여지도를 몰랐나봐요. 지도를 다 만든 뒤에 뒤늦게 대동여지도를 발견하고는 자신들이 만든 지도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지도라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동여지도와 관련해서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어요. 김정호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제작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김정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게 아닙니다. 당시에 이미 여러 종류의 지도가 많이 있었거든요. 조선 전기만 봐도 이미 조선방역지도가 있었고, 지리와 풍속을 조사한 지리서로서 『동국여지승람』도 있었잖아요. 이렇게 기존에 있던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짜맞추어서 하나의 정확한 지도를 완성한 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고을은 자료가 부족하니 가봐야겠군” 이렇게 생각한 마을은 직접 답사를 했겠지요. 전국을 다 돌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을 테니까요. 대동여지도는 붓으로 그린 게 아니고 목판을 찍은 목판본의 지도첩입니다. 딱 접으면 간편한 책 한권으로 보이지만 펼치면 어마어마하게 큰 지도가 되는 형식이죠. 요즘 자가용에 두고 쓰는 지도랑 성격이 비슷했어요. 이제 퀴즈를 풀어보죠. 다음 지도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끼리 묶인 것은? 이 지도는 대동여지도죠. 대동여지도에 대한 설명을 찾는 문제입니다. ㉠ 최초로 백리척을 사용하였다… 최초로 백리척을 사용한 지도는 뭐죠? 영조가 극찬했던 동국대지도죠. ㉡ 10리마다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이건 대동여지도 맞습니다. ㉢ 산맥, 하천, 포구, 도로망의 표시가 정밀하였다… 역시 대동여지도에 대한 설명이고요, ㉣ 전국을 다섯 개의 주요 도와 두 개의 군사 구역인 양계로 나누었다… 이것은 고려시대의 행정구역예요. 조선이 아닌 고려의 행정 구역으로 그려진 것은? 팔도도! 그러므로 오늘 퀴즈의 정답은 ㉡과 ㉢, 2번입니다. 오늘은 세계지도에서부터 조선 전체의 모습을 담은 조선전도까지 조선시대의 지도들을 살펴봤습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지도를 편찬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나라를 다스릴 때 변방 요새의 유리하고 불리한 곳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 수령들은 맡은 지역에 뒤섞여 있는 것, 산과 못의 우거지고 숨겨진 것, 그리고 농사짓고 누에치고, 샘물을 쓰는 데 유리한 것과 백성들의 풍속이 다스려지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 백성들은 여행하고 왕래하는 데 무릇 수로나 육로가 험하고 평탄한가를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지도는 통치자부터 백성까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거죠. 지도에 담겨있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와 국토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 보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