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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재] 민속의 어제와 오늘 - 기록화를 통해 본 회식, 잔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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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화를 통해 본 회식,

잔치 풍경



월간_1512 1601_민속의어제와오늘_회식 잔치풍경-종묘조서연관사연도 중

종묘조서연관사연도 중 부분.



조직과 집단주의의 상징, 회식

근래 고용노동부의 취업포탈 워크넷이 직장인 3,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약 70%의 응답자들이 술자리가 있는 회식을 가장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을 한 달 남겨둔 요즘 직장은 물론 동호회, 동창회 등 송년 회식으로 분주하다. 얼마 전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대학입학과 동시에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모임이다 하며 한참 정신없이 보낼 것이고 그 가운데 회식은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조직과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의 회식문화는 그 조직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송년’, ‘야근’, ‘빨리빨리’, ‘성과주의’, ‘급성장’, ‘스트레스’, ‘폭탄주’, ‘출세’, ‘복종’, ‘계급문화’ 등은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조직에서 회식문화는 일체감을 높여주고 직무동기를 유발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순기능도 있으나 이로 인한 스트레스, 심각한 갈등으로 이직 등 역기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월간_1512 1601_민속의어제와오늘_회식 잔치풍경-종묘조서연관사연도


도판1. 종묘조서연관사연도



고려와 조선시대의 회식

오늘날의 회식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단어로는 회(會), 취(聚), 집(集), 계(契), 연(宴) 등으로 다양하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술자리는 계회(契會), 아회(雅會), 기로회(耆老會), 시회(詩會) 등 여러 가지 형식으로 발전되었다. 궁중의 경우 국가행사의 일환인 연향(宴享)이라는 이름으로 국왕이나 왕세자 등 왕실인사들이 주관하고 사대부들을 초청하였다. 이들 연향은 조선왕조 운영의 기틀인 오례의(五禮儀) 중 길례(吉禮)의 한 부문이며 주로 대비, 국왕, 왕비 등 왕실어른들의 탄생, 즉위 등 국가적인 경사를 기념하여 거행하였다.

특히 관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의 뿌리 깊은 동류의식, 관료로서 국왕을 모신다는 ‘가문의 영광’ 등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고려 때부터 계회라는 독특한 문화를 창안하였으며 조선시대에도 지속되었다. 관직에 소속된 관료들이 그들의 계모임을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는 전통이 조선 초기에 형성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계회도(契會圖)가 제작되었다. 또한 왕실에서 주관한 연향의 경우에도 소속 관청 관원들은 자신들이 참석한 연회의 모습을 그려서 왕실에 진상하고 자신들도 하나씩 나누어 간직하는 전통이 확립되면서 많은 문화재급 기록화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월간_1512 1601_민속의어제와오늘_회식 잔치풍경-금란계도


도판2. 금란계도



연회를 기록한 다양한 작품들

사대부들이 참석한 연회의 모습을 기록한 자료 중 시기가 가장 앞서는 작품은 중묘조서연관사연도(中廟朝書筵官賜宴圖, 도판1)이다. 이 도판은 1534년 10월 6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중종이 왕세자의 춘추 강학 종료에 따라 교육을 담당했던 서연관(書筵官),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 경연관(經筵官), 춘추관원(春秋館員) 등 38명에게 술을 한잔 내리는 자리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 장면은 근정전을 기준으로 좌측에 참여자들이 개인별로 술상을 받고 무용수 둘이 춤을 추고 있다. 우측은 이미 술이 많이 취한 일부 관원들이 차비들의 부축을 받으며 회식자리를 떠나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날의 회식은 국왕이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과음했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조선은 2급 이상 문관을 예우하는 기로정책의 일환으로 이들을 위한 연회를 국왕이 베풀어주기도 하였다. 선조조기영회도(宣祖朝耆英會圖, 도판3)는 1585년 선조대에 열린 기영회를 기념하여 만든 화첩으로 좌의정 노수진, 우의정 정유진, 판중추부사 원비, 팔계군 정종영, 우찬성 심수경, 지중추부사 강진, 행동지중추부사 임설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다. 건물 내부의 산수병풍 아래에 7명의 참석자들이 음식상을 앞에 두고 꼿꼿이 앉아, 화려한 옷을 입고 악공의 연주에 맞춘 무희들의 춤을 감상하는 모습이 정겹다.

요즘도 회식이 야유회를 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마도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아회(雅會), 계회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임란 후 생활이 안정되고 17~18세기는 조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금강산 등 명산 유람과 시회를 겸한 야외 모임이 활성화 되었다. 또한 진경문화(眞景文化)로 상징되는 김홍도, 신윤복 등의 풍속화와 송강 정철 등의 시가문학이 절정을 이루었다. 시기는 좀 내려오지만 1857년 작품인 금란계도(金蘭契圖, 도판2)는 자연을 벗 삼아 시회, 차, 술 등 여흥을 즐기는 조선후기 사대부들의 자유분방하면서 격조 높은 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월간_1512 1601_민속의어제와오늘_회식 잔치풍경-선조조기영회도


도판3. 선조조기영회도


조선시대 궁중의 다양한 연회와 병폐

궁중의 경우도 국왕의 탄생, 국혼, 즉위 등을 기념한 연향이 진연(進宴), 진찬(進饌), 회례연(會禮宴), 풍정(豊呈) 등 다양한 이름으로 공식행사로만 약 300회 이상 거행되었다. 이들 연향을 기록화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795년 혜경궁의 회갑연 관련 화성능행도병(華城陵幸圖屛) 중, 봉수당진찬도(奉壽堂 進饌圖) 등 약 30여 점이다.

미술사적 관점으로만 보면 이들 기록화는 18세기 진경시대의 전통을 이어 독특하고 화려한 미술장르를 완성한 귀중한 유산이다. 또한 잦은 연향은 오늘날 무형문화유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춤과 노래, 음악은 물론 각종 공예산업이 단절 없이 전승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화려한 잔치 풍경의 이면에는 연향으로 인한 폐단이 실로 엄청났다. 순조대 이후는 기근이 계속되고 탐관오리들의 횡포로 민란이 자주 발생하는 등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것은 물론 이양선(異樣船)의 출몰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달리 조선정부는 매회 연향 때 사흘 낮밤을 잔치하며 많은 국고를 낭비하였다. 이는 근검절약과 만민화친이라는 조선초기 연향이 지닌 본래 목적과도 거리가 먼 사치와 낭비로 전락한 경우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 중 하나가 정해진찬도병(丁亥進饌圖屛, 도판4)이다. 이 병풍은 1887년(고종24) 1월 왕대비인 신정왕후(훗날 문조로 추존된 효명세자의 빈)의 팔순잔치를 기념하여 경복궁 근정전 등에서 거행된 행사를 기록화한 10폭의 병풍이다. 1,2폭은 근정전 진하(陳賀)장면, 3,4폭은 만경전 내진찬, 5,6폭은 만경전 야진찬, 7,8폭은 익일회작, 제9폭은 익일 재회작(再會酌)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조대비를 위한 잔치를 한 번으로 모자라 야간은 물론 다음날 수고한 관원들에게 두 차례나 술을 내는 등 술자리를 사흘 낮밤 이어간 것이다. 마치 오늘날 회식 후 술꾼들이 1차, 2차 차수를 바꿔가면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듯이, 어쩌면 조선후기 이러한 잔치의 폐단이 급격한 산업화과정에서 한국사회에 이입된 모습일지 모른다.



월간_1512 1601_민속의어제와오늘_회식 잔치풍경-정해진찬도병


도판4. 정해진찬도병


새로운 회식문화의 전통과 정착을 기대하며

사람이 모여 차와 술이 오가고 정담을 나누는 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전통시대 활쏘기, 시회, 다회처럼 품격 있는 콘텐츠 위주의 풍류와 아회 등 회식 문화의 복원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필동 한국의집에서 시회, 계회, 기로연을 참고한 송년모임을 재연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다행히도 근래에는 폭탄주 회식을 절제하고 공연이나 전시관람, 봉사 등 문화와 나눔의 회식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 생각된다.

문화는 처음 만들어지면 변화되고 쇠퇴하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전통시대의 음주문화, 회식문화도 시작은 계모임을 비롯한 시회 등 문화콘텐츠 위주였고 왕실의 연향도 만민화친, 군신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형식화, 사치, 낭비의 중심이 되었다. 전통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건강을 생각하고 어려운 주변을 돌아보며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회식문화의 정착을 기대해 본다.


월간문화재_문화유산채널뉴스_라인
월간 문화재  2015. 12+2016. 01. 제373호
<민속의 어제와 오늘>

글.사진. 안태욱 한국문화재재단 경영지원실장, 문학박사

 

작성자 : 김태영 | 등록일 : 2019-07-24 | 조회수 :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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