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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피는 버드나무 못-청송 주산지 (명승 제105호)


물안개 피는 버드나무 못-청송 주산지 (명승 제105호)

늦가을 먼동이 터 오르는 어스름의 새벽.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찾은 깊은 산중의 호수. 단풍으로 곱게 물든 잔잔한 호수의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연기처럼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수면에 가득한 호수의 새벽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물안개에 뒤덮인 비밀스러운 호수 안에는 신기하게도 늙은 버드나무들이 물속에 서있다. 버드나무 고목들이 굵은 밑둥치를 호수의 물속에 담그고 물안개에 휩싸여 있는 모습은 정말 숨이 막힐 듯한 비경으로, 감탄이 절로 터지게 하는 신비한 풍광이다. 이것이 바로 청송 주왕산 아래 깊은 산골에 자리하고 있는 주산지의 모습이다. 주산지는 아름다운 호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어느 계절이라도 철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신비의 호수다.

주산지-전경. 산간내륙 오지에 자리하고 있는 주산지의 신비스러운 가을 전경

이처럼 사계절의 변화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주산지의 풍광은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더욱 신비스러운 비경으로 연출되었다. 이 영화는 인생의 사계를 주산지의 사계절 풍광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는 동자승의 천진한 소년기를 봄, 청년기를 여름, 중년기를 가을, 장년기를 겨울로 설정하여 진행된다. 봄은 장난에 빠진 아이가 살생의 업을 짓기 시작하는 과정으로, 여름은 사랑에 눈을 뜬 소년이 욕망에 집착하는 시절로 묘사되고 있으며, 가을은 고통에 빠진 남자가 살의를 품고 있는 분노의 계절로, 겨울은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 장년의 남자가 내면의 평화를 구하게 되는 비움의 시기로 그려진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 온 봄은 노인이 된 남자가 새로운 인생의 사계를 시작하는 동자승과 함께 평화로운 봄날을 보내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 영화는 주산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철따라 계절별로 이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단풍 든 산을 배경으로 하여 수면 위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퍼지는 가을 새벽 주산지의 모습은 어느 장면보다도 정말 압권을 이루는 풍광이다.

주산지-봄 풍경. 호수 주변의 숲이 봄꽃으로 화사하게 피어 난 주산지의 봄 풍경

주산지-여름 풍경. 녹음으로 우거진 주산지의 여름풍경. 고목의 왕버들이 물속에 자라고 있다.

주산지-가을 풍경. 빨간 단풍으로 곱게 물든 수림을 배경으로 가을 새벽 물안개가 흐르고 있는 주산지의 풍광은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주산지-겨울 풍경. 꽁꽁 언 호수 속에 나목이 된 왕버들이 서있고, 얼음 위로 흰 눈이 쌓인 주산지의 겨울모습

주산지는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 자리하고 있다. 청송읍에서 914번 도로를 따라 주왕산입구를 지나 부동면소재지에서 절골계곡으로 방향을 바꾼 다음 다시 우측으로 난 골짜기로 오르면 산자락에 감춰진 주산지가 그 비밀스런 모습을 드러낸다. 주산지는 경상북도 내륙의 명산으로 불리는 주왕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오래된 호수다. 1720년(숙종46)에 처음 쌓기 시작하여 그 이듬해인 1721년(경종1)에 완공되었다. 주산지는 길이가 불과 100여m, 너비는 약 50m, 수심이 8m정도에 이르는 농업용 저수지로서, 규모가 아주 작고 아담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호수다. 조성된 후 300여년이 흐르는 동안 주산지는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주왕산 절골계곡의 수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작은 저수지이지만 주산지는 오랜 세월동안 이전리에 풍요를 가져다 준 소중한 호수이다. 오랜 기간 마을의 농토를 적셔준 주산지에서 이전리 사람들은 매년 동제를 지내고 있으며, 해마다 호수주변을 정화하기도 한다.

깊고 깊은 산간오지에 위치하고 있는 주산지는 근래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명승으로 이름난 주왕산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고, 영화를 통해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산지 자체가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호수이기 때문이다. 신비스러운 비경을 지닌 주산지의 풍광을 가장 비밀스럽게 하는 것은 호수 가장자리의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다. 저수지 속에 자생하는 20여 그루의 버드나무는 주위를 감싸고 있는 울창한 수림과 함께 오로지 주산지만이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처럼 신비스러운 모습을 지닌 주산지는 저수지로서의 오랜 역사문화적 의미와 함께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3월 명승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주산지의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는 왕버들이다. 왕버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 버드나무로서, 버드나무 중에서는 가장 오랜 수명을 가지고 있는 나무다. 물과 친한 습성을 지니고 있는 왕버들은 대부분 물가에서 잘 자란다. 왕버들은 오래 살기 때문에 줄기가 매우 굵은 노거수들이 많고, 그 밑둥치가 큰 그루터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주산지에서 자라고 있는 왕버들은 하나같이 수명이 오래된 노거수들이다. 나이가 많아 그루터기가 노후화된 왕버들은 이미 수명을 다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는 죽은 나무와 함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주산지의 풍광을 한층 고풍스럽게 만들고 있다.

주산지의 왕버들은 물속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바닥에서 수면까지는 굵은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물에 잠기는 줄기부분에서는 잔뿌리가 자라나 마치 얼굴에 난 수염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수염이 난 왕버들의 모습은 바라볼수록 정말 신비하고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산지의 수위가 낮아지면 왕버들은 줄기에 난 하얀 수염뿌리를 밖으로 드러낸다. 주산지를 찾는 사람들은 물속에서 자라는 이 특별한 버드나무들을 보고 매우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한 가지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주산지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왕버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늙은 나무들뿐이라는 것이다.

주산지의 왕버들과 물안개. 물속에 자라고 있는 왕버들의 그루터기가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호수에는 물안개가 가득 피어 있다.

새로이 자라고 있는 어린 유목들은 물속에는 한 그루도 없고 주변의 물 가장자리에만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저수지의 수위가 언제인가 갑자기 높아진 것을 의미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물속에서는 새로운 버드나무의 개체가 발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드나무 종류가 물을 아무리 좋아하는 나무라고 하지만 새로운 개체의 발생은 물 가장자리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물속에 잠긴 버드나무들이 처음 발생한 시기는 그곳이 호수의 가장자리였다. 이 나무들은 어느 정도 자란 연후에 물에 잠기게 되었으며, 물속에서 나무가 적응하기 위해 줄기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만들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렇게 물속에 잠긴 버드나무의 모습은 아주 신비스러운 호수의 풍광을 연출하여, 주산지를 사람들이 많이 찾게 하는 중요한 유인요소가 되고 있다.

이 왕버들은 주산지를 처음 축조할 당시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마을사람들은 150년에서 300여년 정도의 수령을 가진 나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왕버들은 나무의 크기나 줄기의 굵기를 보면 300년의 수령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축조당시에 심은 나무의 후계목이 이어져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오늘날 주산지 풍광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왕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유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왕버들은 나날이 쇠약해져 가고 있으며, 해가 지나면서 계속 고사목이 발생하여 날이 갈수록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청송군에서는 주산지의 풍광을 유지하기 위해 주산지의 물속에다 버드나무를 심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운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왕버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에서 성목으로 잘 자리 잡은 왕버들이 물에 잠긴 다음에 적응한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뿌리를 절단한 나무를 물속에 옮겨 심은 후 나무가 물속에서 활착에 성공하는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젠가 주산지의 물속 왕버들은 모두 죽어 주산지는 지금과 같은 경관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지금과 같은 주산지의 풍광을 형성하려 한다면 제방의 높이를 그 옛날 제방의 높이로 낮추어 왕버들을 자라게 한 후 다시 제방을 높여 물속에 잠기게 한다면 아마도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주산지의 물속에서 왕버들이 사라지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그런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산지를 명승으로 그 가치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머지않은 미래에 주산지의 버드나무가 모두 없어지게 된다고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이미 예측되고 있는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명승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주산지의 경관을 잘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사진 김학범. 현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전 문화재위원, 지정문화재 조경 수리기술자, 저서마을숲, 문화재 대관 명승. 보고서 명승 우수지원 지정 정밀조사. <br/>/ 김학범의 한국의 명승소개 <br/>아름다운 우리나라 금수강산에는 수 없이 많은 명승이 자리하고 있다. 사적이나 천연기념물과 같이 국가지정문화재의 중요한 하나의 종목인 명승은 10여 년 전까지는 전국에 불과 7개소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을 뿐이었다.<br/> 2003년 이후 문화재청에서는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밝히는데 자연유산 정책의 중점을 두어 명승지정을 확대해 오고 있다. 새롭게 지정되기 시작한 한국의 명승을 읽어본다.

작성자 : 한국문화재재단 | 등록일 : 2013-06-10 | 조회수 : 8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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