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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밥상을 준비하자!


독수리의 밥상을 준비하자!

2011년의 화제는 단연코 ’무상급식’일 것이다. 주민투표까지 한 서울의 경우처럼 이제 아이들 밥상은 복지의 우선순위가 되었다. 이미 선진국에서도 밥상은 복지와 환경, 경제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핵심 정책 사안이 되고 있다. 이웃 일본도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통해 아이의 밥상을 지켜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밥 먹고 사는 것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걸까? 바로 안전하고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지구는 갈수록 더워지면서 잦은 재난과 생물계의 교란 등 점점 피해가 누적되어 가고 있다. 2008년 전 세계는 재난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아 사태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바 있다. 경제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단일작목을 키워내고, 농약과 화학농사를 지어 왔던 지난 수 십 년간의 녹색혁명 결과, 지구온난화는 토양 침식을 가속화 시켰고, 더 이상 농사지을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왔다. 농산물 유통은 대륙을 넘나들며 각종 방부제를 첨가하게 되고, 인간의 화려한 식탁은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가고 있다. 이제 안전한 식품 생산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악화되어가는 먹을거리 시스템은 소수 대자본가와 기업에 집중되어 인간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선진국은 일찍부터 무상급식을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구조까지 혁명적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전통적인 유기농법, 농민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는 장터 운영,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대 및 협력 등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무상급식의 체계는 매우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과 지역의 건강을 되찾는 새로운 혁신인 것이다.

독수리는 먹이를 찾기 위해 나는 것 보다 언덕위에 앉아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큰 덩치를 가지고 나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철원 토교저수지 둑 위에서 쉬고 있다)

독수리의 밥상도 우리의 무상급식과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영어로 독수리 먹이제공터를 Vulture Restaurant이라 하고, 우리식으로 하자면 독수리식당인 셈이다. 독수리는 인간에 매우 의존적인 새이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독수리들이 모여서 먹는 장소를 독수리식당이라고 불러 왔다. 독수리는 자연의 청소부(scavenger)로서 불특정하게 발견되는 동물 사체를 찾는 것보다는 고정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먹이가 제공되는 곳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들이 키우다가 죽은 가축을 자연스럽게 버린 곳이 독수리식당이 되어 버린다. 즉 인간 사회의 유지와 번영이 독수리 생존에 필요충분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전 세계의 많은 독수리식당 중 가축보다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뜯어 먹고 사는 곳도 있다. 바로 티베트의 조장(鳥葬, 天葬, 空葬: Sky burial) 풍습으로 인한 독수리식당이다. 티베트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일컬어지는 매우 높은 고원에 위치한다. 해발 4천미터가 넘는 지형적 특징으로 티베트는 대체로 건조하고 춥다. 그래서 땅은 거칠고 토양 속에는 미생물이 적어서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불교를 믿는 덕분에 생태계 순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티베트인들에게 야생의 독수리가 사람의 육신을 발라 먹는 모습은 잔인하지 않고, 오히려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티베트의 장례는 5종류로서 탑장(塔葬), 화장(火葬), 조장(鳥葬), 수장(水葬), 토장(土葬) 등이 있는데, 고원 지역에 사는 티베트인들을 중심으로 조장을 하게 된 것도 독수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힌두교인들은 소를 먹지 않는다. 다만 농사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한 노동력 제공으로서 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축인 것이다. 인도에서도 독수리식당은 많이 있는데, 주인이 먹지 않고 나이 들어 죽어가는 소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가 있어 하층민 계급이 죽은 소를 부락 바깥으로 옮기는 일을 맡곤 한다. 이들은 무거운 소를 멀리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락 주변의 일정한 장소에 버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수리식당이 된다. 그러나 최근 인도 사회는 신분제가 사라지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로 변신하면서 독수리 개체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바로 독수리식당을 유지해 왔던 수많은 소들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고, 인도내 소 소비 시장이 형성되면서 비육우 생산을 위해 소규모 집약적인 방법으로 소를 키우게 되었다. 더욱이 적절한 소 관리는 가축 폐사체의 발생을 현저히 낮추게 되어 독수리의 먹이 또한 부족하게 되었다. 현재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독수리들이 멸종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미 영국 등 유럽에서도 광우병으로 소들을 소각처리하는 바람에 독수리들이 먹이부족으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개체수가 급속히 낮아진 경우도 있었다. 한편, 독수리는 최고포식자 중의 하나로서 2차 중독이라는 환경오염으로부터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소의 질병 관리를 위해 수의약품(항염증약인 Diclofenac)을 오남용하면서 죽은 가축들을 먹었던 독수리들이 2차 중독으로 한꺼번에 죽어 버리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지구상에서 독수리류들이 점차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파주시 장단반도의 독수리식당: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독수리가 몰려오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주시 장단반도에 독수리식당이 있다. 이곳은 매년 평균 500마리 정도(최대 6~700마리)의 독수리가 찾아오는 곳이다. 독수리아빠라 불리우는 개인에 의해 독수리 먹잇감인 죽은 가축을 제공하면서 몽골에서 날아온다. 파주 이외에에도 철원군 토교저수지, 경남 고성군과 산청군에 각각 1개소의 독수리식당이 있다. 대부분 논 위에 양돈가에서 구입한 돼지를 먹이로 주고 있어 논 소유주와 갈등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가축을 우리 안에서 키우지 않고 방목을 하는 농장에서도 독수리들이 죽은 가축이나 잔반을 먹기 위해 고정적으로 날아오고 있다. 이런 방목장의 주인은 독수리가 가축을 죽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 독수리를 싫어한다.

독수리는 죽은 사체를 먹기 때문에 사체가 농약이나 환경물질 등에 중독되어 있으면 먹이를 통해 심각한 중독현상을 나타낸다.(2010년 12월에 파주시 적성면에서 농약 등에 감염된 먹을 먹고 2차 중동으로 떨어진 독수리 무리들이다)

한편, 파주의 독수리식당은 우리나라의 독수리 먹이제공의 좋은 사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무상급식의 핵심은 지역의 농산물을 지역의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경제적 이익이 생산자에게 돌아가서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시스템을 만드는데 있다. 독수리의 밥상도 2차 중독이 없는 안전한 먹이 확보, 축산 농가의 폐사 가축 처리 비용 방지, 가축 매립 후 지하수 오염 등과 같은 환경오염 방지 등과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파주시 장단반도의 독수리식당은 지역의 폐사 가축, 기형으로 태어나서 죽을 운명에 처한 가축, 전염병이 아닌 질병으로 죽은 가축을 중심으로 수의사의 검증을 통해 안전한 먹이를 확보하고 있고, 지역의 축산 농가에서는 처리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독수리 먹이로 자연스럽게 기부하게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1년 4월 유럽의회(EU)에서도 가축 사체와 부산물을 독수리 먹이로 활용하는 법안이 실행되고 있다.

몽골에서 날아오는 어린 독수리 개체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독수리 먹이 값은 계속 증가하게 되고, 2011년 초 겨울처럼 엄청난 구제역으로 독수리 먹이조차 없어지게 될 경우 우리나라에 온 수많은 어린 독수리들은 탈진되어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는 만큼 줘야 하는 것도 행정적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적절한 개체군 관리는 독수리의 생태적 특징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독수리는 인간 사회공동체의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인간에게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새이다.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독수리로서 우리나라에서 증가하거나 월동지에 많은 개체군이 집중한다면 독수리 개체군 보호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전염병으로 대규모 독수리 집단이 사라질 경우, 전 세계 독수리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독수리의 개체군이 분산될 필요가 있다. 독수리식당에 차린 밥상의 양과 질은 현재 파주시 장단반도처럼 먹이제공의 선순환체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할 것이고, 이러한 시스템에서 안전한 밥상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서 독수리의 개체수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글, 사진=백운기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동물학으로 박사학위 취득하고 1992년부터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으로 재직중이다.
충남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문화재전문위원과 한국조류학회 부회장,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OECD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정부대표단으로 활동중이다. 주요저서는 한국의 조류(2011),
생물다양성 99(2010)등 10여편과 150편의 논문이 있다.
’백운기의 한국의 천연기념물 조류 알아보기’소개
한국의 천연기념물의 조류에 대한 생태, 이동, 생활사, 역사 등 생태를 바탕으로 한 문화와
자연과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작성자 : 백운기 | 등록일 : 2011-12-15 | 조회수 :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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