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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여행스케치-제주권] 천일야화보다 재밌는 제주의 신화 1번지, 제주 삼성혈 - 4300년 전 탐라개국시조의 전설을 찾아

[문화유산 여행스케치-제주권] 천일야화보다 재밌는 제주의 신화 1번지, 제주 삼성혈 - 4300년 전 탐라개국시조의 전설을 찾아



 

1만 8천개의 설화의 첫 번째 유적지, 삼성혈 




 

무엇보다 제주도는 기록문학이 빈약한 대신 상대적으로 구비문학이 풍부한 땅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으로 치부하지 않고,
마치 눈으로 직접 본 것 마냥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제주의 민요‧전설‧무가‧신화는 한국의 중심부라 평가되기도 한다.
굳이 숫자로 헤아리자면 1만 8천개의 설화가 있다니 ‘천일야화’와 겨룰만하다.
설문대할망이 흙을 날라 제주도를 만들고,
어느 날 땅에서 솟아 오른 삼신인 전설 등은 제주를 알고, 느끼고, 여행하는 알찬 양념이 된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한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처럼 말이다.
문화유산여행 매력은 여기에 있다.
기록된 역사에, 현재의 풍경과 마주하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그 속에 불어넣는 것.
설화로 가득한 제주는 이 작업에 소스가 무궁무진하다.
제주 신화의 첫 번째 유적지 ‘삼성혈(三姓穴,사적 제 135호)’로 가보자.
제주 최초의 국가, 탐라국의 개국 이야기로 초대한다.    






삼성혈



삼신인이 땅에서 솟아 탐라국을 여나니



전설은 4,300년의 세월을 거슬러간다. 제주민에게 구전되고, 『고려사』 권11, 『동국여지승람』·『탐라지(耽羅志)』·『영주지(瀛洲志)』 등의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다.



한라산 북녘 기슭 땅에 어느 날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돈다. 이내 땅에서 삼신인(三神人)이 솟아났다. 이곳을 모흥혈이라 하는데 삼성혈이 바로 그곳이다. 삼신인은 차례로 고을나(高乙那), 양을나(良乙那), 부을나(夫乙那)라고 이름 지었다. 이 삼신인은 가죽옷을 입고 사냥을 하는 원시의 수렵생활을 하며 지냈는데, 어느 날 동쪽 바닷가에 커다란 상자가 떠내려 온 것을 발견했다. 자줏빛 흙으로 봉해진 나무상자였다.
삼신은 모여서 상자를 열어봤다. 그 안에는 붉은 띠를 두르고 자줏빛 옷을 입은 남자가 새알 모양의 옥함을 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니겠나. 옥함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처녀 셋과 망아지, 송아지, 그리고 오곡 씨앗이 나왔다. 남자가 말하길  


 

나는 동해 벽랑국 사자입니다.
우리 임금님께서 세 따님을 두셨는데,
삼신인이 솟아 장차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으니,
모시고 가라해서 왔습니다.
마땅히 배필을 삼으셔서 대업을 이루소서.
 
라며 구름을 타고 날아갔다.
삼신인과 공주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차례로 짝을 정해 혼례를 올렸다. 삼신인은 차례로 활을 쏘아 거처할 땅을 정했고, 제주를 삼분하여 제1도와 제2도와 제3도로 정했다.




그것이 지금의 제주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의 기원이다. 이때부터 오곡의 씨앗을 뿌리고 소와 말을 길러 ‘탐라국’을 이루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모흥혈 땅에서 솟아난 삼신인(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의 모습

△ 모흥혈 땅에서 솟아난 삼신인(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의 모습



삼신인이 벽랑국의 세 공주를 맞이한 장소인 연혼포

△ 삼신인이 벽랑국의 세 공주를 맞이한 장소인 연혼포



혼인지에서 세 공주와 혼인을 올리고 있는 삼신인

△ 혼인지에서 세 공주와 혼인을 올리고 있는 삼신인



세 개의 구멍과 배롱나무 공주의 호위



삼신인이 땅에서 솟아난 곳이 바로 삼성혈이다. 제주시 이도동 KAL사거리에서 민속자연사박물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삼성혈이 자리하고 있다. 평지 한가운데 움푹 팬 구덩이를 자세히 보면 세 개의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혈 자리를 에워싼 고목과 울타리 역할을 하는 24개의 작은 비석들이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이지 않는 전설이 눈에 보이는 구멍과 교차되며 묘한 설득력을 가진다. 품자 모양의 구멍은 세찬 비가와도 그곳에 빗물이 고이지 않는단다. 위쪽 구멍이 아래쪽 구멍 두 개보다 두 배 정도 크다. 구멍으로 향하는 꽃핀 배롱나무의 모습이 마치 아리따운 벽랑국 세 공주 같다. 삼신인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품새다. 



위쪽 구멍은 둘레가 여섯 자, 아래 두 구멍은 각기 석자로 그 깊이가 바다와 통한다고 한다

△ 위쪽 구멍은 둘레가 여섯 자, 아래 두 구멍은 각기 석자로 그 깊이가 바다와 통한다고 한다.  



500년 노송들이 뿌리내린 제주의 천연수목원



삼성혈은 탐라의 개국의 신성함뿐만 아니라 울창하게 뻗은 고목 그 자체로 볼거리다. 삼성혈 내에 자라는 팽나무, 곰솔, 구실잣밤나무, 녹나무 등은 총 650그루로 전체 수목의 2/3가 4수종에 속한다. 그중 2m 이상 되는 수목은 모두 993본으로 50여종이 자라고 있다. 철쭉, 회양목, 춘란, 풍란, 자생란, 맥문동 등의 식물이 노송과 어우러져 여느 유명 식물원보다 고즈넉하고 절제된 공간미가 삼성혈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삼성혈에는 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한 고목의 가지가 뿌리내리고 있다.

△ 삼성혈에는 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한 고목의 가지가 뿌리내리고 있다.



정문인 건시문(乾始門)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오솔길을 따라가면 전시와 영상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나온다. 전시장에는 삼성혈의 신화에 대한 모형도와 도지정문화재인 홍화각, 홍화각기, 급제선생안과 고문서, 제기, 현판 등을 살펴볼 수 있고, 영상실에는 전설의 내용을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삼성혈 왼편으로 걸어올라가면 삼성전(三聖殿)을 만나볼 수 있는데, 삼성의 위폐가 봉인된 사당으로 매년 춘기대제(4월 10일)와 추기대제(10월 10일)을 지내는 곳이다. 이와는 별도로 매년 12월 10일에는 도지사 주재 하에 제주도민이 혈단에서 건시제를 지낸다.



 삼성문

△ 삼성문은 조선 숙종 24년(1698) 건립 후 1970년 중건됐으며, 안으로 삼성전이 보인다.



삼성혈은 제주의 화려한 볼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若將除去無非草(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호취간래총시화)라는 말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베어 버리자면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는 것이다. 버리자고 보면, 볼품없는 고목과 구멍 세 개가 전부지만, 꽃으로 바라보면 삼성혈은 제주의 정체성이자, 탐라 건국신화가 있는 문화유적 1번지인 것이다. 이어서 삼성혈의 신화에 얽힌 또 다른 문화유산을 찾아 가보자. 바로 삼사석 (三射石) (제주특별자치도 시도기념물 제4호)과, 삼사석비 (제주특별자치도 시도기념물 제66호)다.



삼신인이 쏜 화살이 꽂힌 돌, 삼사석



삼사석은 삼신인이 화살을 쏘았을 때, 그 화살이 꽂혔던 작은 돌멩이다. 이 작은 돌멩이를 보려면  화북1동 '화북주공아파트' 버스정류장으로 가야한다. 삼사석은 허무하리만큼 초라한 모습이다. 전설처럼 돌멩이에 화살도 남아 있지 않다. 그저 높이 1m남짓 되는 돌담 안에 삼사석을 보관한 석실과 바로 옆 삼사석비가 전부다. 그러나 제주의 돌은 돌을 품고 있고, 탐라의 터전은 화살에 꽃힌 돌에 의해 나뉘어졌다는 믿음이 이 작은 곳에 다 담겨있다. 석실 좌우 기둥 판석에는
 
三神遺蹟 歲久殘斂 今焉補葺 加以石室
(삼신유적 세구잔렴 금언보즙 가이석실
)
삼신 유적이 오래되었으니 남은 것을 거두어 수습해 석실에 합하였다
 

고 새겨져 있다. 석실은 제주 사람 양종창이 1813년 화살 맞은 돌을 수습하여 보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바로 옆 삼사석비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실제 삼사석비의 진본은 삼성혈의 전시관 앞에 자리하고 있다.
 
 
毛興穴古 모흥혈고 모흥혈의 아득한 옛날
矢射石留 시사석류 화살 맞은 돌 그대로 남아
神人異蹟 신인이적 삼신인의 기이한 자취
交暎千秋 교영천추 세월이 바뀌어도 오래도록 비추리


 
삼사석과 삼사석비의 모습.

△ 삼사석과 삼사석비의 모습. 현무암 돌담으로 둘러싸여 제주문화유산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여행



제주의 문화유산여행은 시작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연결이다. 여행자들은 외로운 무덤을 지키고 선 동자석을 보며 그것을 어루만지던 석수(石手)의 손길을 떠올린다. 볼품없는 돌멩이에 생명을 넣은 돌챙이의 마음에 가닿은 것이다. 누군가는 현무암 돌담 사이를 비집고 나온 바람을 손끝으로 느끼고, 해녀의 폐인주름에 고인 짙은 제주바다 내음을 맡는다. 그뿐이랴. 덩굴과 암석이 뒤섞인 어수선한 숲, 곶자왈에서는 보이지 않는 초연함을 느낀다. 새로운 세계다. 침묵의 숲에서 들리는 외침은 가슴을 기어코 내리친다. 신화와 전설은 이러한 여행의 백미며 어쩌면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한 간절한 바람인지도 모른다.



 
길지혜 작가 소개 -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여행하는 것이 여행자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언어와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 등 몇 겹의 벽을 통과해야만 감동의 기쁨을 허락하는 까다로운 타국의 유물과 달리, 우리의 유물은 감동을 막는 장막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유물들은 자신을 찾아준 관람객을 반갑게 품어줬다. 우리 문화유산의 끝없는 매력에 빠진 것이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여행 101》을 집필했다. 밀려드는 묵직한 시간의 깊이에 전율을 느끼며 지금도 전국의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을 여행하고 있다. 저서로 300일간의 배낭여행에세이 《아메리카 대륙을 탐하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 100가지》 등이 있다. SBS스타킹에 여행고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tbs교통방송 <길지혜의 어디까지 가봤니?>, 원주MBC 라디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를 진행하고 있다.


 

작성자 : 길지혜 | 등록일 : 2016-12-28 | 조회수 :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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