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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기자단이 만난 사람-한국문화재재단 김동민 보존과학 연구원


한국문화재재단에는 유물·유적의 발굴과 보존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문화재조사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는데요, 현재 국제교류팀에서 개발도상국의 문화재보존 컨설팅과 ODA를 진행하고 계시는 김동민 보존과학 연구원님을 징검다리 기자단 3조가 만나고 왔습니다. 

대학생 기자단(이하 기): 안녕하세요, 김동민 연구원님. 연구원님께서는 국제교류팀에 오시기 전, 문화재조사연구단에서 보존과학연구원으로 오래 계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우선 문화재조사연구단은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가요?

김동민 연구원님(이하 김): 문화재조사연구단은 문화유적의 발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문화재보호법상 대규모 택지개발 또는 소규모라 할지라도 문화유적 분포지역 내에서 건축, 토목 공사가 시행될 경우 반드시 발굴조사를 수행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말 대규모 택지개발 및 도로공사가 진행되면서 그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많은 발굴기관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발굴기관을 직접 선정하고 발굴조사를 의뢰하기란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문화재보호법상 발굴조사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발주처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절차 및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매우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따라서 문화재청에서는 국비로 소규모 발굴조사 업무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한국문화재재단이 소규모발굴조사 수행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 연구원님은 문화재조사연구단에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김: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되는 유물은 오랜 시간 흙 속에서 여러 요인들로 인해 손상된 상태로 출토됩니다. 이런 유물들을 보존하고, 유물이 가진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유물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밝혀내는 작업이 보존과학 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의 경우 출토유물보다는 전승유물 또는 수장유물을 주로 담당하지만, 발굴기관의 경우 출토유물을 직접 관리한다는 점 때문에 어찌보면 응급 보존처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속유물의 경우 다른 재질(예:토기, 석재 등)에 비해 출토 후 손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굴기관의 경우 주로 금속유물을 대상으로 보존처리를 진행하게 되지요. 저도 역시 금속유물을 전공했으며, 금속유물 보존처리가 약 50~60% 정도의 업무량이며, 나머지는 도토기 또는 석재, 목재 등의 보존처리를 담당하였습니다.


기: 어떤 유물을 발굴, 보존처리 해 보셨나요? 유명한 유물이 있나요??

김: 발굴기관의 특성 상 국보급의 유물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유물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발굴기관에서는 출토유물을 관리한다는 점 때문에 발굴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증거물들을 더욱 세심히 관리해야만 합니다. 좋은 예가 포항 옥성리에서 출토된 칠초동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검이 칼집에 넣어진 상태로 매장되었다가 나무로 만든 칼집과 손잡이는 썩어 없어진 상태로 동검만이 출토되었는데, 아무래도 칼집의 존재가 의심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흙까지 통째로 수습하여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칼집을 장식했던 많은 금속 장신구들과 표면을 장식했던 옻칠 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존처리를 통해 현재 남아있는 칼집의 형태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칼집의 원형을 추정하기 위한 디지털 복원까지 진행하여 칼집의 정확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유물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형태라는 점에 여러모로 뜻깊은 성과였다고 봅니다.


기: 보존처리작업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김: 의사에 비유하는 것이 가장 설명하기 좋을 것 같네요. 특히 응급의학과! 만약 다리가 부러졌다면 엑스레이를 찍고 어디가 부러졌는지 파악과 진단, 치료, 관리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손상된 유물도 마찬가지로 엑스레이로 어디가 손상되었는지, 왜 손상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보존처리 방법을 제시, 그에 따라 보존처리를 하고 관리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보존과학업무가 보존처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적인 분석법들이 발전하다보니 우리가 알아채기도 힘든 미세한 흔적을 가지고도 유물이 어떻게 쓰였으며,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알 수 있습니다. 유물의 성격을 규명하기까지를 보존처리작업의 전체 업무로 볼 수 있겠죠.


기: 보존과학연구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보존과학 학문은 복합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학, 생물학, 재료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두루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물을 대하는 자세라고 봅니다. 보존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유물을 ‘대한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만큼 유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지요.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흔적 하나하나가 역사적 증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민감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기: 유물발굴 작업은 주로 유물출토가 빈번한 지방 (ex-경주, 부여, 공주 등)에서 이루어질 텐데 이로 인한 애로사항은 없으셨나요?

김: 우리 재단을 기준으로 한다면 경주, 부여, 공주 등 주요 지역에서 한해 약 2,000여점의 금속유물이 출토되는데, 우리나라의 구조 상 특별히 중요한 유물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발굴조사 연구원이 수습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보존과학자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드물다고 볼 수 있지요. 주요 업무는 보존과학실이 있는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다지 큰 애로사항은 없는 편입니다. 현장에서 발굴조사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야 말로 매일 매일을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겠지요.


기: 작업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 어떠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찾기 위해 기록물들에 의존하게 됩니다. 유물의 경우에도 이 유물이 어떤 유물인지, 어떻게 쓰였는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등 많은 정보를 밝혀내기 위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야겠지만,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유사한 경우와 사례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사실상 ‘0’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물과 관련된 정보를 찾기 위해 모든 보고서들을 찾아 사례를 수집하고, 통계화 하고, 체계화 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 보존과학연구원으로서 가장 보람있었던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김: 유물이 가진 정보를 밝혀내는 과정이 매우 보람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밝혀낸 유물의 성격이나 정보들이 ‘최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어렵기도 하지만 남달리 의미있기도 합니다. 실례로 하동 남산리에서 출토된 사행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토사례가 극히 적으나 일본의 경우 약 50여점의 출토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만의 고유문화로 알려져 있는 유물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일본과 한국의 출토사례를 찾아가며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조금은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과연 사행검이 일본만의 고유문화인가? 라는 점에 의문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관련연구를 더 진행하고 출토사례를 더 모아야겠지만, 이러한 연구의 시작을 저와 동료들이 진행했었다는 점은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 수백년의 세월을 지닌 유물들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다루셨는지 궁금합니다. 작업 시 유물을 대하면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합니다.
 
김: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작은 유물이라도 밝혀낼 수 있는 사실이 무궁무진한데, 내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물의 가치가 배가 될 수 있고, 오히려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조심스럽게 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 얼마 전 문화재조사연구단에서 국제교류팀으로 부서를 이동하셨는데 그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 전임자 분께서 사의를 표하셔서 빈자리가 생겼고 저에게 제안이 왔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제가 배웠던 보존과학을 알릴 수 있다는 것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되어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기: 국제교류팀에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 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 미얀마 벽화보존처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300여개의 사원, 그중 200개 사원 내부에 벽화가 남아있는데 훼손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술력을 투입해 세계적인 불교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기초조사를 해서 유물이 가진 성격을 규명하는 등 한국의 기술력을 전수하고 첨단보호과학 기자재를 통해 자립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지직원들과도 협업하여 사업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기: 외국의 문화유산 발굴, 보존처리 실무 관련 경험담을 들려 주실 수 있나요?

김: 2017년에 방글라데시 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한국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교육, 장비, 매뉴얼을 지원하고 그들이 보존과학을 지속할 수 있게끔 돕는 사업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문화유산 발굴, 보존이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즉시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어설프게나마 교육내용이 진행이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낙후된 환경에서도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이라고 느꼈고, 다시 한 번 ODA사업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기: 국내 유물발굴, 보존처리 작업과 문화유산 ODA 사업에서의 발굴, 보존처리 작업을 비교해 주실 수 있나요?

김: 국내에서의 유물발굴은, 정말 우리의 문화재를 발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개입한다면, 해외 문화유산 ODA에서는 그렇게 전 과정에 실제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하죠. 대신에 그들이 더 나은 방법으로 발굴, 보존, 보호할 수 있도록 저희는 저희 기술을 토대로 컨설팅을 해주는 정도입니다.


기: 우리나라의 발굴, 보존처리 기술이 ODA 대상 국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김: 네, 지금 당장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 외국의 유물, 문화재를 다루는 작업이니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대상 국가와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하여 의견충돌을 겪은 적은 없으신가요?
 
김: 실제로 대상국의 행정처리와 설득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기존 작업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과 시스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원국 또한 나름대로의 작업방식을 고수하고자 하기 때문에, 유물, 문화재 ODA는 지속적으로 대상국을 설득하고 진행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정입니다.


기: 실무적인 측면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진로적인 측면에서도 어떠한 계기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한국문화재재단 소속 보존과학연구원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우리나라에서 보존과학 전문과정이 생긴 것은 1998년도 즈음입니다. 저는 그 1세대로 보존과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최첨단 기술들을 이용해서 고대 유물들을 처리, 보존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석사과정을 거친 후 그렇게 자연스럽게 보존과학연구원이 되었죠.


기: 부서이동으로 인한 애로사항은 없으신가요?

김: 예전에는 보존과학 연구, 보존처리 등 실무적인 작업들을 많이 했었는데, 부서를 이동하면서 컨설팅, 행정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어 약간 생소하긴 합니다. 그러나 보존과학이 단순히 유물을 직접 처리하는 것만이 아닌 교육, 지원, 컨설팅 등의 업무, 즉 ‘문화재 행정가’(주:김동민연구원)로 일해보는 것도 하나의 소망사항이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으신가요?

김: 업무를 하다보면, 수원기관과의 행정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ODA 사업의 성격 상 그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믿고 기다려야겠죠?


보존과학연구부터 국제교류팀 문화유산 ODA까지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담과 다양한 업무영역에 대한 설명, 애로사항을 들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저녁시간에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도 징검다리 3조의 궁금증을 풀어주시기 위해 노력해주신 김동민 연구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징검다리기자단 7기 3조
남민정

 

작성자 : 징검다리 7기 3조 | 등록일 : 2018-10-04 | 조회수 :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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