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칼럼

지역마다 달라지는 상모와 상모놀음 스크랩


지역마다 달라지는 상모와 상모놀음


농악대가 쓰는 관은 지역마다 다르고 모양도 다양하다. 꽹과리를 연주하는 치배들은 주로 상모를 쓴다. 상모는 옛날 군사들이 쓰던 전립에서 출발한 것이다. 전립의 끝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여러 가지 모양의 상모를 달아서 춤출 때 사용하는 것이다. 흔히 치배가 쓰고 있는 모자를 상모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상모는 모자 끝에 달린 것만 지칭하며 모자는 거대로 전립이라 해야 한다. 상모로 사용하는 모자가 군사들의 전립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농악과 군대음악의 상관성을 추측하기도 한다.


상모의 형태는 지역마다 다르다. 뻣뻣하게 구슬로 연결하여 끝에 큰 털을 붙여 화려하게 보이는 뻣상모와 부드럽게 떨어져서 좌우로 돌려가면서 묘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들상모, 종이로 길게 달아서 돌리면 큰 원을 그리는 채상모와 그것의 확대형인 12발 상모 등 크게 나누었을 때, 네 가지 정도의 상모로 나눌 수 있다.

뻣상모는 전라우도 농악과 여러 연예 농악패에서 사용하는 상모인데 요즘에는 많은 뜬쇠들이 뻣상모를 쓰는 경향이 있다. 뻣상모의 장점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털이 움직여줌으로써 화려하게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치 꽃이 피었다 오므렸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들 표현한다. 그러나 여성농악단에서 사용하는 뻣상모는 스스로 움직이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뻣상모이지만 좌우로 원을 그리며 돌리고 꽃이 피었다 지는 모양을 가락에 맞추어 뻐끔거리듯 표현하는 등 매우 다양한 동작들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상쇠의 뻣상모놀음이 매우 화려한 춤사위로 연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농악단 상쇠 유순자의 뻣상모놀음

부들상모는 전라좌도 농악에서 사용하는 상모이며 축 쳐져 있기 때문에 개꼬리 부포가 달린 개꼬리 상모라 부르기도 한다. 이 상모는 끊임없이 전후좌우로 돌려가면서 갖가지 기예를 보여주는 용도로 활용된다. 상모로 전립의 테두리를 쪼듯이 치거나, 전립 끝 부분에 살짝 얹는 등 난이도 있는 놀음이 놀아진다. 실제로 전라좌도의 마을굿에서 구경꾼들의 추임새는 농악가락과 관련 없이 상쇠가 연출하는 상모짓에 집중되곤 한다. 그만큼 난이도도 있고, 흥미를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라좌도의 굿을 배우는 치배들에게는 악기연주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상모놀이가 되는 것이다.

부들상모

채상모는 경기도의 사당패농악에서 주로 활용되었던 것이지만 지금은 전국화되어 있다. 전립의 끝에 종이로 만든 상모초리를 길게 달아서 돌리는 것이 채상모이다. 뻣상모는 상쇠가 쓰고, 부들상모 역시 쇠잡이들만 쓰는 것에 비해 사당패농악에서는 대부분의 치배들이 채상모를 쓴다. 많은 치배들이 일사분란하게 채상을 돌리는 모습이 매우 장관이다. 특히 소고잽이들의 개인놀이에는 채상을 빠르게 돌리면서 역동적인 춤사위를 연출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경북김천빗내농악의 채상소고춤



소고잽이는 지역에 따라 고깔을 쓰거나 채상모를 돌리기도 한다. 어떤 것을 쓰고 춤추는가에 따라 고깔소고춤과 채상소고춤을 구분하는데, 고깔을 쓰는 경우에 아랫놀음에 더욱 신경쓸 수 있는 반면 채상소고춤을 추는 경우에는 시선이 채상모놀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채상모의 가장 극대화된 형태는 12발 상모라 할 수 있다. 12발 상모는 역시 사당패농악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12발이나 되는 긴 길이의 상모초리를 달아 돌리는 것이므로 상당한 기예가 필요하다. 또한 쉽게 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립이 아닌 특별히 제작된 벙거지를 쓴다.



뻣상모와 부들상모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상모를 쓰지 않는 치배들은 고깔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고깔에는 붉은색, 흰색, 노랑색, 초록색, 파랑색 등의 꽃을 만들어 다는데, 과거에는 마을마다 스스로 고깔을 만들고 담배꽃 등 다양한 꽃을 만들어 달았다. 옛날 고깔은 따로 물들이지 않은 한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흰색으로만 되어 있고 현재 판매되는 고깔보다 크기가 크다. 사당패 농악의 무동이나 일부 지역의 잡색들도 꽃이 없는 고깔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불교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경북김천빗내농악의 고깔


잡색들 가운데 관을 쓰는 경우로 대포수와 조리중, 양반을 들 수 있다. 대포수의 관은 실제 포수의 관을 흉내 낸 것이지만 좀 더 희화화되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람개비 같은 것을 만들어 달아주기도 한다. 조리중이나 양반은 실제 해당 인물이 쓰는 관을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 만들어 쓴다.


고창농악의 대포수


뻣상모와 부들상모, 채상모는 끝에 달린 부포의 모양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연결하는 진자나 물채가 달라진다. 진자를 어떻게 만들어주는가에 따라 상모를 자유자재로 돌리거나 놀리는 데에 크게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다른 상모놀음에 적절한 상모 제작기법이 존재한다. 또 상모놀음을 하기 위해 전립을 머리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요즈음에는 수건으로 고정시키고 상모꽃으로 전립 아래 이마부분을 묶어 놓기도 한다.



농악대가 어떤 복색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상모를 쓰고 있는가? 만을 보아도 이들이 어느 지역의 농악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남사당패농악이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승되었던 임실 필봉농악 등의 전국화, 전국농악경연대회를 통한 전파 등 다양한 영향으로 이러한 지역색이 섞이고 자신의 지역색을 잃어가는 것은 농악의 다양성 구축을 역행하는 것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글, 사진=김혜정 전남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국립민속국악원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였으며, 지금은 경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 음악을 위한 한국적 교육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와 인청광역시의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요, 판소리, 농악, 무속 음악 같은 민속 음악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쓴 논문과 책으로는 <우리 몸에 새겨진 삶의 노래 강강술래>, <여성 민요의 존재 양상과 전승 원리>, <초등 국악 교육의 이해와 실제>, <구례진수 농악>, <고홍월포농악>, <장흥농악>, <판소리음악론> 등을 비롯하여 130여 편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화합과 신명을 끌어내는 농악’소개 전국 방방곡곡 어느 마을에나 있었던 농악,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의 타악기 합주로 연주되는 가락들에는 공동체가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 마을 제사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공동체의 놀이와 축제에 신명을 더하기 위해, 그들이 믿는 신을 위해, 그들의 기원을 위해 연주했던 농악, 그 실체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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